성균관대 예술대학 재학생들이 MT를 앞두고 신입생들에게 옷을 잘라 입히고 ‘섹시 콘셉트’를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26일 “자율·평등·안전을 지키겠다”며 ‘바람직한 새내기 새로배움터(MT) 선언문’을 발표했지만 과 단위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강요행위는 잡아내지 못했다.
이날 대학가에 따르면 성균관대 예술대학 소속 4개 학과는 과마다 20~25분씩 배정된 새내기 새로배움터(새터·MT) 장기자랑을 위해 신입생들에게 걸그룹 노래와 춤을 준비하도록 강요해 논란이 일었다. 일부 과는 신입생에게 “옷이 밋밋해 보이니 살이 보이도록 잘라라”며 윗옷을 가위로 자르거나 오프숄더(어깨가 드러나는 옷), 민소매만 입고 무대에 서게 했다. 또 남학생에게 걸그룹 춤을 추게 하면서 섹시한 노래 컨셉에 맞춰 상의 탈의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학생들은 신입생들을 일주일에 15~20시간씩 따로 불러 춤 연습을 시켰고 춤을 잘 못 추는 학생들에게는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장기자랑 강요행위가 학과별로 이뤄지다 보니 총학생회에서는 잡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서울경제신문 보도로 예술대학 산하 6개 과 가운데 2개 과는 장기자랑을 폐지했지만 나머지 4개 과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예술·글로벌경영·인문대학 등 일부 학과에서도 18학번 신입생이 강제로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지만 총학생회와 학교 본부는 본지와 통화하기 전까지 이를 알지 못했다.
1인당 9만원인 참가비용도 논란거리다. 예술대 신입생들의 MT 장소는 하룻밤 이용료가 70만원(53평형)에 이르는 강원도의 한 콘도다. 선·후배가 모두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100만원이 숙소 요금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음식값과 각종 비용 등을 충당하려다 보니 신입생 1인당 회비는 9만원에 이른다. 때문에 2월 초부터 신입생들 사이에서는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나왔다. 하지만 학생회 측 의사결정에 반영되지는 못했다. 신입생은 미리 등록금과 함께 새터 비용을 내기 때문이다.
OT 악습이 끊이지 않자 학생들이 스스로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13개 단과대 학생회는 ‘신입생 장기자랑 프리(FREE)’를 선언하며 단과대부터 자발적으로 나서서 OT 악습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성균관대는 대학 본부차원에서 “술·장기자랑 강요 없는 OT를 만들겠다”며 선언문·학생집행위 사전 교육 등을 빠짐없이 진행했지만 과별로 이뤄지는 강요행위까지 잡아내지는 못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장기자랑을) 하지 않도록 조치했지만 개별 단과대가 어떻게 이뤄지는지까지는 사실 확인하기 어렵다”며 “학교 방침이 학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