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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만남의 다른 이름일거야" 남북 단일팀 눈물의 이별

선수들 "꼭 다시 만나자" 눈시울

사진·손편지 건네고 사인 교환

머리 "정말 특별한 팀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역사적인 경기를 펼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26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릉=연합뉴스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역사적인 경기를 펼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26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이렇게 정이 많이 들 줄 몰랐어요. 꼭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다시 만나는 건 우리가 기약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어색한 분위기에 밥도 따로 먹던 게 바로 한 달 전. 그러나 26일 작별의 자리에서 남북 선수들은 쉽사리 떨어지지 못했다. 손을 흔드는 우리 선수들과 버스에 오르는 북한 선수들은 하염없이 새어나오는 눈물에 뜨거운 정을 실감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주장 박종아는 26일 강릉 선수촌에서 진행된 한국 선수단 해단식에 앞서 북한 선수들과 작별한 순간을 취재진에게 전했다. 단일팀의 북한 선수 12명은 다른 종목 북한 선수단과 함께 이날 오전 일찍 버스 편으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로 향했다. 버스를 타는 시각이 오전5시30분에서 2시간 늦춰졌으나 이를 몰랐던 일부 우리 선수들은 오전5시부터 선수촌 출입구에 나와 있었다고 한다.


개막식에서 북한 정수현과 성화봉을 함께 들기도 한 박종아는 “북한 선수들에게 같이 찍은 사진을 출력해서 주거나 손편지를 건넸고 서로 사인도 교환했다. 그러면서 꼭 다시 만나자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 단일팀을 시작할 때는 이렇게 정들지 몰랐다”고 했다. 남북 선수들은 “아프지 말고 꼭 다시 만나자” “몸조심하고 나중에 봐” 등의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훔쳤다. 버스에 탄 북한 선수가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자 우리 선수가 꼭 잡아주기도 했다. 북한 선수들은 평양냉면 먹으러 꼭 평양으로 오라는 당부도 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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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정부가 주도한 단일팀은 우리 선수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역차별 논란 속에 어수선하게 조직됐다. 그러나 평가전 포함 6경기(전패)를 치르는 동안 선수들은 친자매처럼 끈끈해졌다. 우리 선수들은 북한 선수의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K팝 댄스를 가르쳐주는가 하면 대회를 마치고는 함께 햄버거를 즐겼다.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26일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북한 선수들을 떠나보내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26일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북한 선수들을 떠나보내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세라 머리(캐나다) 단일팀 감독도 북한 선수들과 작별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올림픽 폐막에 앞서 단일팀 여정을 결산하는 인터뷰를 몇몇 기자들과 가졌다. 처음 단일팀 구성이 결정됐을 때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뭔가 더 큰 흐름의 일부가 된 상황”이라고 냉정하게 선수들을 독려했다는 그는 “북한 합류 뒤 매일 밤 비디오미팅을 실시하고 북한 선수들에게는 플레이북을 나눠줘 우리 시스템을 따로 공부하게 했다”고 돌아봤다. 로커룸을 슬쩍 봤을 때 누가 우리 선수이고 누가 북한 선수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남북은 잘 어울렸다고 한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도 우리 선수들과 다를 게 없었다. 춤추고 수다 떨고 잘 어울렸다. 그들은 팀에 머무는 내내 우리 제안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마지막 경기 뒤에는 비디오교육을 요청해 흔쾌히 가르쳐줬다”고 했다. 대회 기간 소셜미디어를 끊고 경기 영상에만 집중한 머리 감독은 곧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나 평소 좋아하는 바다거북을 구경하고 돌아올 계획이다. 한국 대표팀과의 계약은 오는 8월 만료되지만 협회는 계약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여자 대표팀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26일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종전보다 5계단 오른 17위에 올랐다. 역대 최고 순위다. 남자는 세계 18위. 지난해보다 3계단 올랐다.

/강릉=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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