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국은행, 예상된 금리 동결...5월 금리 인상 카드 나올까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27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임기 중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27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임기 중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개월째 현행 연 1.50%에서 유지했다. 거센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 연초부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돌발 변수가 불거지면서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리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이끄는 ‘외끌이’ 성장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물가, 소비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시계가 빨라지는 가운데 한은도 글로벌 흐름에 발 맞추려면 추가 금리 인상 시기를 마냥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대로 다음달 금리를 인상하면 한미 간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된다. 시장에선 한은의 다음 금리 인상 시점도 하반기에서 5월로 당겨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 2회 연속 금리 동결

이날 금통위의 금리 동결은 예상된 바였다. 일단 오는 3월 말 임기 종료를 앞둔 이주열 한은 총재의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회의인 만큼 적극적인 변화 메시지를 주기보단 경기 여건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금리 동결의 배경은 무엇보다 불안한 경기회복세다. 물가상승률만 봐도 한은이 과감하게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1.8%에서 11월 1.3%, 올해 1월 1.0%로 17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한은의 목표치인 2%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기조적 물가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부진했다. 최근 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화 강세도 계속되면서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 1월 금통위에서도 일부 금통위원들은 물가 상승 압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추가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현 시점에서 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물가상승 압력은 아직 현재화될 조짐이 없다”고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경기가 좋아지고 수익성이 좋아진 기업의 고용 수요가 늘어나 임금과 물가가 오르는 선순환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살아나지 않는 소비도 우려 요인이다. 기획재정부 그린북을 보면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4%나 감소해 2011년 2월 이후 6년10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새해 들어서도 소비심리는 좋아질 기미가 없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도 안갯속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인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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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금리 상승세…5월 금리 인상 카드 나올까

이처럼 국내 경기상황만 보면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문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마냥 내버려둘 수 없다는 데 있다. 당장 다음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연 1.5~1.75%)하면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한국(연 1.5%)보다 높아진다. 2007년 8월 이후 11년 반 만의 기준금리 역전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채권시장에 반영된 3월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은 99%다.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다고 곧바로 대규모 자본유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전 폭이 확대되거나 기간이 길어질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미 연준은 올해 금리를 3~4회 올릴 것으로 전망돼 올해 1회 인상 전망이 압도적인 한은에 비해 금리 인상 폭이 훨씬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상 속도 기대도 가팔라지고 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연준의 세 번째 인상 시점은 당초 12월에서 최근 9월로 앞당겨지고 있다.

여기에 초완화 정책을 고수했던 일본과 유럽마저 긴축 시기를 재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금리가 오르면 한은도 마냥 기준금리를 묶어둘 수 없다. 이 총재도 지난 21일 “미국이 예상을 뛰어넘어 세 번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유럽중앙은행(ECB) 등 다른 곳에서도 긴축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히 애로가 있을 것”이라면서 “예상보다 빠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한은의 금리 인상 시점을 하반기로 예상했던 시장에서도 점차 5월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새 총재 취임 직후인 4월은 어렵더라도 5월에는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여는 미 연준에 앞서 한은이 금리를 올려 역전폭을 좁히는 성격도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으로서는 한미 간 금리 역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부동산 가격상승세,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조기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며 “저금리가 문제라는 여론도 있어 6월 지방선거 직전이라는 점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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