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위대한 저항시인 김수영, 초월 추구한 한국의 릴케"

<타계 50년...전집 결정판 출간>

이영준 교수, 산문 등 새로 수록

'풀''꽃잎'서 종교적 색채 발견

김수영 타계 50주년을 맞아 ‘김수영 전집’ 결정판을 엮은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2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출간 취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민음사김수영 타계 50주년을 맞아 ‘김수영 전집’ 결정판을 엮은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2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출간 취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민음사


“‘위대한 시인’은 릴케처럼 초월적 세계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저항시인으로 꼽히는 김수영의 ‘풀’ ‘꽃잎’ 같은 시에서도 릴케 같은 종교적 색채가 발견됩니다. 김수영을 위대한 시인이자 한국 현대 시의 좌표로 꼽는 이유입니다.”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김수영 전집’ 결정판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김수영 시인이 대표적인 저항시인, 참여시인으로 꼽히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그에 대해 좀 더 넓은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이 처했던 사회·역사적 상황을 투쟁적이고 혁명적으로 그려내면서도 종교적 수준의 초월적 여정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시인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김수영 타계 50년을 맞아 새롭게 출간한 김수영 전집 결정판에는 1997년부터 김수영 연구로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석·박사 학위 과정을 밟은 이 교수의 오랜 연구 결과물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교수는 김수영의 동생이자 ‘현대문학’ 편집장이었던 김수명 선생이 보유한 육필 원고와 시인 생전에 발간한 유일한 시집 ‘달나라의 장난’, 시인의 글을 담아낸 문예지와 전집 등을 모두 대조하며 시인의 의도를 충실하게 담아내기 위한 수정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인의 뜻과 달리 더해진 마침표를 모두 삭제하는 대신 ‘웃음’에 남겨진 세 개의 마침표는 남겨뒀다고 한다. 이 교수는 ”시인의 육필 원고와 잡지, 신문 등을 대조해보면 20년간 마침표를 두고 전쟁을 벌인 기록이 보인다“며 ”김수영이 시에서 마침표를 제거하면서 한국 현대 시에서 마침표가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웃음’ 속 세 개의 마침표에 시인이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는 현재로선 짐작하기 어렵다”며 “이번 결정판을 젊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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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편의 산문과 21편의 일기, 그리고 1편의 편지 등 2003년 개정판 출간 이후에 발굴된 작품이 상당량 수록됐다. 특히 전쟁 직후 시인이 쓴 초기 산문을 수록, 전쟁 이후 김수영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대거 소개됐다. 이 교수는 “전쟁의 공포를 몸소 체험한 시인의 심신이 얼마나 피폐했는지, 혼란스러웠던 그의 의식 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산문”이라며 “김수영의 시에 어떤 경로로 이 같은 난해성과 절규가 담길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축복 같은 글”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민음사 편집주간 출신인 이 교수는 1997년 미국에서 김수영 연구를 시작, 하버드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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