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근로시간 단축] 美 절반수준 노동생산성, 노사 '일터 혁신'으로 끌어올려야

자동화 설비 도입 가속화 예고…제도 정비·인력 투자를

집중근무시간 편성 등 업무체계 개편·정부지원 병행 필요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한 직원이 오전 10시 집중근무시간을 맞아 흡연실 문을 잠그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한 직원이 오전 10시 집중근무시간을 맞아 흡연실 문을 잠그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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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현재 주당 68시간까지 허용되는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앞으로는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노동 시장의 최대 화두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기업이 고용을 꺼려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휴식권의 확대가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번 합의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제 근로자와 사용자가 상호 투쟁적이고 소모적인 관계를 끊어내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를 향해서는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지원 강화를 주문했다.

2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지난 2016년 기준 미국(63.3달러)의 절반 수준인 33.1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OECD 평균(47.1달러)에도 크게 못 미친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 향상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었지만 국회는 일단 근로시간 단축만을 다뤘다. 근로시간만 줄이고 생산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기업과 국가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결국 회사는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일자리 상실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근로자의 삶의 질도 저하된다. 근로자와 기업 모두 ‘루저(패배자)’가 되는 셈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젠 일자리 지키기 전쟁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지면 기업들은 인력을 늘리기는 쉽지 않으니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노무관리 체계를 바꾸려 할 것”이라며 “또 자동화 설비 도입이나 기계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당장 여건이 어려운 영세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고 대기업은 노사가 함께 생산성 향상을 통한 일자리 유지 노력을 펼쳐야 한다”며 “그래야만 일자리 지키기가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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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로봇에 대한 투자만큼이나 제도적 준비, 교육 훈련 도입 등 사람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며 “노사도 ‘일터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의 노동생산성 제고 조치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기업 최초로 올해부터 ‘주 35시간 근무’를 도입한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급여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우선 이마트는 집중근무시간을 편성해 해당 시간에는 서울 성수동 본사의 흡연실을 폐쇄하는 것은 물론 임원회의를 비롯한 각종 회의를 무조건 1시간 내로 제한했다. 또 ‘임원 일정 공개 프로그램’을 최근 시행해 임원 부재로 헛걸음하는 시간도 없앴다. 이마트는 전 임원 일정이 사내인트라넷을 통해 공유될 수 있는 ‘임원 스케줄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이 외에 물류 현장에는 물류 분류 작업 시간을 기존의 반으로 줄이는 ‘카테고리 배송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도입 중이다.

신세계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근로 시간 단축은 결국 생산성 향상이 핵심”이라며 “그동안 업무 중 불필요하게 소요됐던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윤경환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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