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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강동원 "배우라는 직업 가진 사회구성원으로서 작품 선택"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외모는 배우에게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배우 강동원(37·사진) 역시 그런 배우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그는 이를 뛰어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버텼다. ‘늑대의 유혹’ ‘형사 Duelist’ ‘의형제’ ‘초능력자’ ‘군도’ ‘두근두근 내 인생’ ‘검은 사제’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 ‘마스터’ 등 그의 필모그래피는 그가 얼마나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보여준다. 다만 대중이 그를 ‘잘생긴’ 배우에 한정했을 뿐이다. 게다가 흥행성적도 대체로 평타 이상으로 작품 보는 안목까지 갖췄다. 그리고 이제 그는 더 이상 잘생겨서 여성 팬들이 많은 배우가 아님을 ‘골든 슬럼버’를 통해 보여줬다.

거대한 음모로 인해 유력 대통령 후보의 암살범으로 몰린 ‘법 없이도 살’ 순수하고 착한 택배 기사 건우 역을 맡아 완벽하게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그를 최근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선 파마 머리와 조금 살이 찐 모습이 상당히 신선(?)했다고 하자 그는 “어떤 기자분들은 ‘너무 못 생겨 보이는데 괜찮겠냐’고 해서 ‘그 정도로 못 생겨 보였냐’고 반문했다”며 “배우의 외모는 제작진의 요구에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요구대로 파마를 하고, 살을 5kg 가량 찌웠다”고 말했다.



강동원은 동명의 일본 원작 소설을 읽고 7년 전 제작사에 직접 영화화할 것을 제안했다. 원작이 주는 재미와 메시지가 그를 매료시킨 것. “공권력 혹은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영화화할 것을 제안할 때만 해도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는데 7~8년이 흐르면서 픽션이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섭기도 했죠.” 그러면서 그는 “진짜 억울한 이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며 “누명을 썼다가 무죄판결이 나더라도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는 그런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잊히는 것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2010년 원작이 이미 영화화됐다. 그러나 한국판 ‘골든 슬럼버’는 일본 작품과는 사뭇 다르다. “일본 소설과 영화와 달리 우정 등 한국의 정서를 많이 반영했다. 노동석 감독은 휴머니스트이자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줄 안다. 그래서 일본 버전과는 달리 한국 버전은 휴먼드라마가 강하다.”


강동원의 기존 이미지는 좋게 말해서 차갑고 좀 나쁘게 말하면 ‘까칠’하다. 그런데 너무 착해 모자라 보이기까지 한 건우 역은 그에게 꼭 맞춰 재단한 맞춤복처럼 느껴질 정도다. 건우와 실제의 강동원의 닮은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건우가 ‘좀 손해 보면서 살면 어때’라는 대사를 하는데, 제가 그래요”라며 “저를 차갑게 보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다”며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산에 어디 들어가서 혼자 살더라도 치사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며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고민을 하고 그러면 ‘뭐 그렇게 계산하면서 사냐’라고 말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7년 전 소설 ‘골든 슬럼버’를 읽고 영화화할 것을 제안한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를 발견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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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외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작품을 찾아 나서고, 사회적 메시지에 주목하는 배우다. ‘골든 슬럼버’는 스스로 영화화를 제안했고, ‘1987’의 이한열 역할도 자청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이 바닥이 워낙 살벌하다 보니 열심히 안 하면 바로 아웃당한다”며 “그래서 20대까지는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일했다며, 서른이 넘으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서 고민을 했고, ‘1987’ 등은 그런 고민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골든 슬럼버’로 올해를 시작한 그는 앞으로 ‘인랑’으로 다시 한번 관객들과 만나며,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에 출연하기 위해 3월에는 촬영지인 유럽으로 떠난다. ‘워커홀릭’ 수준으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당분간은 일을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며 “결혼도 아직은 생각이 없다. 물론 결혼이라는 것을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진제공=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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