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명문이라 불리는 미국의 하버드대가 정작 투자 부분에 있어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브라질 천연자원에 대한 투자 실패로 1조 2,000억원 가량을 손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하버드대 기부금을 관리 운용하는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HMC)는 브라질 천연자원에 최소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625억 원)를 쏟아부었으나 투자 실패로 인해 최근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N.P.나르베카르 HMC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운용기금의 10%에 육박했던 천연자원 포트폴리오를 11억 달러(한화 약 1조 2,000억원) 감가상각하기로 결정했다. HMC의 기금 규모는 현재 371억 달러(40조원)에 달한다.
HMC는 “천연자원 투자가 그동안 높은 수익을 가져왔으나 현재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브라질 투자 중단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에 대해서는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을 자랑하는 하버드대는 어쩌다가 투자의 쓴맛을 보게 된걸까.
이는 6년 전 당시 제인 멘딜로 HMC 전 CEO가 1990년대 미국 삼림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뒤부터였다. 멘딜로 전 CEO는 희귀 자원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신흥국가 투자 모험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던 브라질 농업시장에 투자하기로 마음먹고 브라질 사모펀드 고르디언 바이오에너지와 손잡고 브라질 북동쪽 파르나이바 강 인근 과달루페 지역에서 관개사업을 시작했다. 빈곤 지역을 개발한다면 작물 경작 후 토마토 페이스트와 설탕, 에탄올은 물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멘딜로가 2014년 CEO 자리에서 내려올 즈음 브라질의 경제성장은 둔화했고, 정부가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개발의 난관을 겪기 시작했다. 이에 결국 하버드대는 수천억 원을 쏟아부었던 투자 계획의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런 손해에도 불구하고 멘딜로 전 CEO는 1년에 최소 1,380만 달러(149억원)의 보수를 받았고, 천연자원 투자를 책임졌던 알바로 아기레는 4년간 2,500만 달러(271억원)를 챙겼다.
현재 하버드대의 기금 운용 실적은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에 비교해서도 현저히 뒤처진다. 지난해 6월까지 10년간 HMC의 연평균 수익률은 4.4%를 기록하며 미국 전체 대학기금 평균 수익률인 4.6%에도 밑돌았다.
이는 경쟁대학인 매사추세츠공과대(MIT·7.6%)와 컬럼비아대(7.3%), 프린스턴대(7.1%)에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대학교육사업자연합회(NACUBO)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HMC의 운용기금 규모는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온 펜실베이니아 대학 기금이 같은 기간 96.4%가 늘어나며 몸집이 2배나 커진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하버드대가 2008년부터 2016년 중반까지 아이비리그 대학 중 가장 많은 24억 달러의 기부금을 HMC에 넣었다는 사실이라며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2023년 예일대가 하버드대를 제치고 미국 최대 대학기금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토머스 길버트 워싱턴대 교수는 “하버드대는 느슨한 대포가 됐다”며 “특히 그들이 기부자들의 돈을 다룬다고 생각하면 이는 아주 끔찍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