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미국·북한통 동시 파견…북미대화 '김정은 결단' 받아올까

예상보다 나흘 앞당겨 '속전속결'

정의용-서훈 남북관계 역할 분담

文 '복심' 윤건영 상황실장도 포함

핵·미사일 도발 중단 요청 가능성

'비핵화 방법론' 김정은 대답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대북특사단 파견 등 남북문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북특사단의 수석을 맡은 정의용(왼쪽) 국가안보실장은 5일 1박 2일 일정으로 평양을 다녀온 후 미국도 방문할 예정이다. /사진제공=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대북특사단 파견 등 남북문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북특사단의 수석을 맡은 정의용(왼쪽) 국가안보실장은 5일 1박 2일 일정으로 평양을 다녀온 후 미국도 방문할 예정이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별사절단을 5일 파견하기로 한 것은 대다수의 예상보다 빠른 결정이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평창동계패럴림픽이 개최되는 오는 9일을 전후해 특사단이 방북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보다 나흘을 앞당겨 파견을 결정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특사단 파견을 설명하고 2일 북한에 특사 명단과 경로를 전통문을 통해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속전속결’은 빠른 시일 안에 북미 간 탐색적 대화라도 성사돼야 현재의 한반도 평화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깔린 조치다. 4월 초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예정된 상황에서 북미가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반도 긴장 고조를 막을 수 있다.

특사단 중 수석 특사를 맡은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장관급으로 각각 북미대화·남북관계 등의 역할 분담을 할 것으로 예상 된다. 정 수석특사는 ‘미국통’으로 현재 북미 관계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북미대화에 대한 미국의 진의를 전달하고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 원장은 현 정권 내 최고 ‘북한통’으로 남북경협, 3차 남북 정상회담 등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북한 가정교사’라 불렸으며 1996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로 2년간 북한에 상주한 바 있다. 2000년·2007년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관여하기도 했다. 대북특사단에 장관급이 2명 포함된 것은 대북특사 파견 사상 처음이다.

0515A06 역대 대북특사 및 결과


특히 특사단에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포함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을 19대 총선 때부터 보좌한 ‘복심’으로 통한다. 참여정부 때도 5년 내내 청와대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내 청와대’로 불리며 국정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정상황실의 장을 맡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북한에 전달해야 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뜻도 100% 문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하므로 윤 실장이 특사단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과 만나고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북미대화 주선이 최대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과 만나 비핵화 ‘방법론’을 제시한 가운데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중을 직접 듣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북미대화 성사를 위해 북한 측에 상당 기간의 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모라토리엄) 의지 표명,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 석방 결정 등을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야기를 포괄적으로 해봐야 한다”며 “북한 최고위급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이번 방북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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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경제제재로 북한이 어려움을 겪는 만큼 남북 경제협력 재개 문제, 북한이 제안한 3차 남북 정상회담 등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출발선으로 만들 것이라고 한 것처럼 지금은) 대화의 문을 여는 게 중요한 것이고 대화를 위한 여정들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과 미국의 장외 ‘샅바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지난 수십 년간에 걸친 조미(북미) 회담 역사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미국과 전제조건적인 대화탁에 마주앉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 군사적 선택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비핵화라는 북미대화 전제조건을 제시하자 반발한 셈이다. 다만 북한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대화에 열린 입장도 유지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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