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번 전인대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최근 반중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대만·홍콩에 구두 경고를 날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5일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정책과 관련해 “우리는 국가주권과 영토 통합을 수호하고 대만 독립을 위한 어떤 형식의 술책과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합의)에 기초해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과 통일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도 홍콩의 자치권을 이용해 중국 정부의 통치권을 부인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자오 서기는 전날 홍콩·마카오 정협 대표단 회담에서 “홍콩과 마카오 대표단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시행에 있어 의무를 다해야 하며 특히 국가 안보와 관련해서는 분명하고 확고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며 “(독립과 관련한) 위험한 사상은 공개적인 비판을 통해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전인대를 통해 최근 독립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대만·홍콩에 대한 강경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갈등 구도 속에 대만과의 접촉을 확대하는 미국에도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달 23일 친중성향의 국민당계 인사인 리다웨이가 맡았던 외교부장직을 반중성향의 민진당계 출신 우자오셰로 교체했다. 우 신임 부장은 천수이볜 민진당 총통 집권 시기 미국 주재 대만대표를 역임한 ‘미국통’으로 차이 총통이 앞으로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미국 상·하원도 자국 공무원과 대만 고위 공직자 간 접촉을 장려하는 내용의 ‘대만 여행법’을 통과시키는 등 대만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대만·홍콩 독립 여론에 강경 대응했던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번 양회를 기점으로 장기 집권에 들어가면 중국의 대만·홍콩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장우웨 대만 단장대 교수는 “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통일을 부르짖는 시 주석이 양안 현상유지 전략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