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이 폭등한 마른 고추(건고추)를 싸게 살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속여 2억6,000만원을 가로챈 40대 사기범이 붙잡혔다. 이 사기범은 휴대전화 4대를 사용해 목소리를 변조해 1인 4역까지 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시장 도매상인을 속이고 2억6,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오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오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광주 서구 한 전통시장의 50대 농산물 도매상 A씨로부터 56차례에 걸쳐 2억6,000만원을 송금받아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는 A씨가 “2년 전에 비해 건고추 값이 3배 이상 폭등했다”고 한탄하자 “고추농사 짓는 사람으로부터 건고추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접근했다. 4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오씨는 목소리를 변조해 본인, 고추생산 농민, 농산물 이송 화물차 운전기사, 사채업자 등 4인 역할을 하며 A씨를 속였다. 처음에는 ‘고추농민에게 선불금을 보내라’고 돈을 받고 이후에는 ‘고추를 싣고 오는 차량이 도랑에 빠졌다’, ‘사채업자에게 고추가 실린 트럭을 빼앗겼다’며 오씨 혼자 4인의 역할을 하며 A씨를 감쪽같이 속였다.
A씨는 의심없이 오씨에게 2억6,000만원의 거금을 송금했지만, 검거된 오씨의 통장에는 불과 800원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씨는 가로챈 돈 대부분을 인터넷 도박에 탕진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오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며 사기 등 전과만 수차례에 달했다. 2014년에는 광주 광산·남구, 전남 화순 등지에서 농민들을 대상으로 7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 상당의 벼 2,281가마를 가로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지난해 2월 출소했다. 당시 오씨는 수확을 끝내고 창고에 쌓아둔 벼를 수매가보다 비싸게 팔아주겠다며 농민들을 꾀었다. 경찰은 1인 4역을 한 사기범에게 피해를 본 상인이 있다는 범죄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 오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오씨가 목소리를 바꿔가며 4인 역할을 한 사실을 A씨가 뒤늦게 알아차릴 정도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며 “오씨의 여죄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