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 북미대화’와 조건부 추가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 반응을 보임으로써 하룻밤 만에 북미 직접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게 그 배경이다.
이러한 ‘통남통미(通南通美)’의 조율 과정에서 소외된 중국과 일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법을 주문해온 중국은 바라던 대로 정세가 변하는 것을 반기면서도 자칫 중국의 역할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차이나 패싱’에 대한 우려감도 동시에 내비쳤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 대통령 특사단의 방북이 긍정적인 결과를 거둔 점을 주목했다”면서 “중국은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가 자정 무렵에 담화를 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환영의 의미가 강하다.
다만 겅 대변인은 담화에서 “유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중국은 이를 위해 계속해서 마땅한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해 ‘중국 역할론’을 잊지 않았다.
대화보다는 대북 강경론에 더욱 무게를 실어온 일본은 특사외교의 성과를 애써 외면하면서 ‘최대 압박’의 기조를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신중론을 펴면서 북한의 진의에 대해 경계심을 보인 것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당분간은 압력을 높이면서 각국과 연대하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고 미국을 방문 중인 가와이 가쓰유키 자민당 총재 외교특보가 전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확약해야 한다는 언급도 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과의 과거 대화가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교훈을 충분히 토대로 하면서 대응해야 한다”며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