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방위산업 이정표될 'T-50' 美 진출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수주 성공땐 8조 이상 물량 확보

최대 약점 가격경쟁력 제고 위해

정부·업체 유기적 협력 이뤄져야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미국 시장 진출이 코앞에 다가왔다. 방위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우리나라로서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사업이다. 미 록히드마틴사와 KAI가 컨소시엄으로 본사업 수주에 성공하면 350여대, 8조원 이상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가상적기와 인접국가 수요를 고려하면 1,000여대, 25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방산수출 수주의 8배가 넘는 액수다.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군 현대화 계획과 ‘방위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F-22와 F-35 전투기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도 호재다. 미 F-35 전투기 수요는 3,861대를 넘어섰으며 우방국들의 추가 구매가 지속됨에 따라 훈련기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수년간 정부와 KAI는 T-50 훈련기의 미국 시장 진출에 매진해왔다. 한미 공동개발사업이라는 상징성과 64대의 수출실적, 검증된 성능과 안정성 등으로 수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됐다. 그러나 현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먼저 경쟁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찮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사는 지난해 3월 미 현지법인 설립, 앨라배마주 현지공장 신설과 윌리엄 린 전 미 국방부 부장관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으로 본격적인 경쟁준비를 마쳤다. 미 공군이 요구하는 성능 개량과 함께 높은 가격경쟁력 확보는 물론이다. 여기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BT-X 훈련기도 시험비행을 마쳤고 현재 미 국방부 2인자인 패트릭 새너핸 부장관이 보잉사 출신이다. 게다가 스웨덴 정부는 수주 확정 시 BT-X 훈련기 구매를 공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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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얼마 전까지 독주하던 우리나라의 T-50 훈련기는 국내외의 힘겨운 경쟁이 버거운 모양새다. 지난해 수리온 개발 결함으로 시작된 전방위적 감사와 CEO 교체 등으로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최근 방사청의 부정당 업체 제재 심의로 더욱 좌불안석이다. 게다가 미 정부는 ‘제3차 상쇄전략’ 추진에 따라 핵심전력 위주로 국방예산을 집중해 차세대 훈련기 사업은 가성비가 최우선 고려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지난해 말 3개 경쟁업체에 각각 수정제안서 제출을 요구했고 올 4월까지 추가 수정제안서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 공군이 요구하는 성능조건을 충족한다면 가격이 사업선정의 핵심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T-50 훈련기의 미국 시장 진출이 성공한다면 명실공히 방위산업은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 중 하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방위산업의 생산·수출·고용은 각각 16조4,000억원, 2조2,000억원(통관 기준), 3만7,000명 수준이다. 여기에 T-50의 미국 시장 진출은 방산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려 오는 2022년까지 생산 30조원, 수출 6조원, 고용 5만명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건국 이래 최대 방산수출사업 수주와 동시에 최초의 미국 방산시장 진출에 따른 국민적 자부심 향상은 덤이다. 미 유력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한미 공동 세미나에서 T-50 훈련기의 미국 시장 진출은 한국이 무기체계 공동 개발, 생산, 수출 파트너로 격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10~20년 후에도 다시 오지 않을 ‘성장의 전환점’에 서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미 차세대 훈련기 사업 최종 선정전까지 T-50 훈련기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10년간 미국 무기구매 세계 2위 국가라는 구매력을 십분 활용해 대응구매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최대 약점인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와 업체 간 유기적 협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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