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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트랜스휴머니즘] 죽음을 거스르는 반란...인간은 무한할 수 있을까

■마크 오코널 지음, 문학동네 펴냄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의 알코어생명연장재단에는 더이상 ‘산 자’에 속하지 않는 117명의 고객이 있다. 이들은 ‘사체’나 ‘시신’이나 ‘참수된 머리’가 아니라 ‘환자’라 불리는데 이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보존되는 것이라 주장하기 때문이다.

재단은 의사의 사망선고가 내려진 시신에 16가지의 장기보존액을 투입하고 모든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낸 뒤 동결보존액을 넣는다. 이후 서서히 냉동시켜 영하 196도의 액화질소 탱크에서 보존한다. 이후 과학기술이 발전해 무사히 해동할 수 있을 때가 오면 그때 해동과정을 거쳐 살아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만 달러를 내면 몸 전체를 보존해주는 전신환자가 되고, 8만 달러를 내면 이른바 뇌 환자가 될 수 있는데 이는 머리만 분리 보존해 나중에 뇌를 인공 몸에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타고난 인간의 조건, 태어나고 늙고 죽는 것을 거스르는 반란. ‘트랜스휴머니즘’은 우리가 기술을 이용해 인류의 미래 진화를 좌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확신을 근거로 삼는 이들을 뜻한다. 이들은 우리가 노화를 사망 원인에서 배제할 수 있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인체와 기계가 융합해 자기 자신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개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저자는 트랜스휴머니스트를 찾아다니며 밀착 취재했다. 전자 장치를 피부밑에 이식해 감각 능력을 강화하는 언더그라운드 바이오해커 집단을 찾아가고 인류가 초인공지능의 희생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탐구하는 기계지능연구소 직원도 만난다. 이들의 주장은 급진적이고 황당하다. 하지만 저자는 트랜스휴머니스트의 주장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전제는 공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의 몸은 현대 사회에 약간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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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미래학자들이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의 진보가 여러 직업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 예측한다. 저자 역시도 서술가는 인공지능 작가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 주장하는 연구자를 만난다. 연구자의 일장연설을 들은 저자는 새로운 질문을 준비하는 대신 그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책에 담았다. 어떤 질문을 해도 잘난 체하며 변명할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이 행동을 ‘옹졸하고 쓸데없는 복수일 뿐 아니라 자동 저술 인공지능의 품위와 직업윤리에 못 미치는 바보짓’이라 설명한다.

저자는 결국 트랜스휴머니즘은 최초의 종교와도 같다고 설명한다. 생물학적 조건에서 완전히 벗어나자고 주장하는 해방운동이면서 궁극적이고 철저하게 기술의 노예가 되자고 주장하는 부분이 닮았다는 것이다. 1민7,000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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