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미국 의약 업계 진출을 본격 추진하면서 기존 의료보험·제약 업계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의료보험 업체 시그나는 8일(현지시간) 의약품 가격 협상을 중재하는 보험약제관리자(PBM) 회사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를 부채 포함 총 670억달러(약 71조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PBM은 의료보험사를 대리해 제약사·약국과 의약품 가격 계약을 체결하는 역할을 하는 업태다. 시그나는 이번 인수합병(M&A)으로 PBM과의 계약금 절약은 물론 제약회사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높여 약국에 훨씬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의료보험회사는 의약품 가격의 일정 부분을 보상해주기 때문에 약품 가격이 낮아지면 지불 보험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되며 추후 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기게 된다.
데이비드 코다니 시그나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에게 더 저렴한 가격과 향상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아마존이 의약품 유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미국 의료 업계의 M&A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지난달 미국 제약사 페리고 전용 판매 페이지를 만들며 의약품 유통을 본격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1월에는 버크셔해서웨이·JP모건과 직장인 민간건강보험사 발족을 선언하는 등 의료 업계에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에 대응해 지난해 12월 미국의 대형 약국체인인 CVS는 의료보험회사 애트나를 690억달러에 인수했으며 미 유통 업체 앨버트슨도 3위 약국체인인 라이트에이드의 M&A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