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시인이 상습적인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전시 공간인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이 12일 철거된다.
서울도서관측은 12일 오후 ‘만인의 방’을 철거하고 이 자리에 서울광장의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만인의 방’은 고은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 ‘만인보’(萬人譜)에서 직접 따 이름을 붙인 공간이다. 시인이 25년간 ‘만인보’를 집필한 경기도 안성시 ‘안성서재’를 재현한 곳과 기획전시 공간 등으로 꾸며졌다.
그러나 고은 시인이 과거 문단 후배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그의 흔적을 지우고 교과서에서도 퇴출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서울시는 지난달 말 철거 방침을 세우고 가림막을 쳐 관객 접근을 막아왔다. ‘만인의 방’은 지난해 11월 개관 이래 불과 4개월 만에 불명예스러운 철거 신세를 맞게 됐다.
서울도서관 측은 최근 고은 시인 측에게 철거 방침을 알렸고, 시인 측은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인의 방’ 철거에 따라 필기구, 안경, 모자, 육필 원고, 집필 자료, 도서 등 전시품은 고은 시인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전시품이 일단 ‘기증’된 이상 소유권은 서울시에 있다고 봐야 하지만 굳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어 적절한 시기에 반환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다만 반환하기 전까지는 부득이하게 일정 장소에 보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만인의 방’이 철거된 서울도서관 3층 이 자리에는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 재작년 촛불 집회 등 서울광장의 역사와 연혁을 조명하는 전시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