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베트남 가는 청송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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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만 해도 대구 사과의 홍보사절을 뽑는 ‘능금 아가씨 선발대회’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대구 능금(사과)이 미용에 좋기로 유명해 이 지역에 미인이 많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매년 선발대회에는 대구·경북에서 내로라하는 미인들이 수십명씩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진(眞)이 되면 본인 희망에 따라 능금조합에 정규직으로 들어갈 수 있는 특전도 주어졌으니 경쟁이 치열할 만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능금 아가씨 선발대회는 옛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우후죽순 생긴 ‘○○ 아가씨’ 선발대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구 사과가 쇠퇴기를 맞으면서 대회 자체가 없어졌다. 평균기온이 높아지고 일교차가 적어진 대구에서 냉대성 작물인 사과나무를 키우기가 힘들어진 것. 지금은 팔공산 고지대에서 100여가구 정도가 대구 사과의 맥을 잇고 있다고 한다.


대신 청송·문경 등 경북 북부가 집중 재배지역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 사과 재배면적의 60%가 경북에 위치한다. 대구 사과보다 청송·문경사과가 익숙해진 이유다. 이제는 지구온난화 진전으로 재배지가 경기 포천과 강원 양구와 인제 등으로 북상하고 있다. 그만큼 재배지역이 넓어지고 그에 비례해 사과 생산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2007년 40만톤 수준이던 국내 사과 생산량이 최근에는 55만~58만톤에 달할 정도다. 수입산 과일이 넘쳐나는 마당에 공급과잉까지 되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잉생산→가격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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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데는 자유무역협정(FTA)도 한몫했다. 특히 2004년 4월 한·칠레 FTA 발효 후 문 닫은 포도·복숭아 농가 상당수가 사과로 작목을 바꾸면서 공급과잉을 불러왔다. 사과 재배에 품이 적게 들고 수익성도 좋다는 인식이 화를 자초한 것 같다. 이렇게 남아도는 국산 사과의 판로를 뚫기 위해 농협중앙회가 베트남 농협과 바터무역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청송사과’ 등을 베트남산 커피 원두와 물물교환하는 방식이다. 국산 사과가 대만 등에 수출되기는 하지만 바터무역은 첫 사례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해외판로가 개척돼 사과 공급과잉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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