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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종사 여성 3명 중 2명 "성폭력 성희롱 경험"

영진위·여성영화인모임 '성폭력 성희롱 실태 조사' 결과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오른쪽)와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행사 및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에서 사업 운영 MOU 체결식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오른쪽)와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행사 및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에서 사업 운영 MOU 체결식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화업계 종사 여성 3명 중 2명 꼴로 성폭력 또는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모평가나 음담패설 등 언어 성희롱이 가장 많았고 9명 중 1명꼴로 원치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은 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7∼9월 배우와 작가·스태프 등 영화계 종사자 749명(여성 467명, 남성 26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6.1%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는 61.5%, 남성은 17.2%로 성별 격차가 상당히 컸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48.3%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20대(45.9%), 40대(43.1%) 순으로 많았다. 또 직군별로는 작가(65.4%)가 성폭력·성희롱에 가장 많이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61.0%), 연출(51.7%), 제작(50.0%) 순으로 피해 경험이 많았고 촬영·조명·녹음(27.1%)이나 배급·마케팅(28.0%) 분야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고용형태 별 성폭력 피해 격차가 20% 가량으로 상당했다. 비정규직은 50.6%가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반면 정규직은 29.9%에 그쳤다.


여성 응답자의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유형별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와 평가, 음담패설이 40.0%로 가장 많았다. 술을 따르도록 하거나 원치 않는 술자리를 강요받았다는 답변이 33.4%로 뒤를 이었다. 또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보는 식의 성희롱을 당했다는 대답이 28.9%, 사적 만남이나 데이트를 강요받았다는 응답자는 27.6%였다.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거나 강요받은 경우도 22.3%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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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성 영화인의 11.3%는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베드신·노출신을 강요받는 등 촬영 중 일어난 성폭력도 4.1%로 집계됐다.

가해자 성별은 남성이 71.6%로 여성(5.2%)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성 피해자를 상대로 한 성폭력 가해자는 76.7%가 남성이었다. 남성이 당한 성폭력의 가해자 역시 남성(43.5%)이 여성(39.1%)보다 많았다.

응답자의 76.0%는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적절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영화계 내 성폭력 사건처리 절차에 대한 불신은 남성(58.8%)보다 여성(86.5%)이 더 컸다.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적절히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66.7%가 ‘인맥·소문이 중요한 조직문화’를 꼽았다. ‘문제 제기하기 어려운 권위적·위계적 분위기’ 때문이라는 응답자는 57.7%였다.

조사결과 발표 이후 토론회에 참석한 배우 문소리는 “미투 운동을 지켜보면서 주변의 많은 동료와 선후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많은 영화인들이 함께 아프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해자나 피해자, 방관자였거나 암묵적 동조자였음을 영화인 전체가 인정해야 한다”며 “몇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계) 전체의 문제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영진위와 여성영화인모임은 이날 MOU(업무협약)를 맺고 지난 1일 개소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사업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든든은 2016년 ‘영화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등으로 심각성이 드러난 영화계 성폭력·성희롱을 근절하고 피해자를 돕기 위한 상설기구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임순례 감독이 공동 센터장을 맡았다. 심 대표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과 피해자 보호, 나아가 한국영화계의 성평등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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