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현대탄콩 공장 가보니] "1,200명 근로자 한국과 비교해도 노동의 질 안뒤져요"

[新남방의 핵심 황금별 베트남]

1인당 25만원 저렴한 인건비에

직원 손재주 뛰어나고 부지런해

내달부터 소형차 라인업도 강화

베트남 닌빈 현대탄콩 야적장에 출고를 기다리는 싼타페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닌빈=임진혁기자베트남 닌빈 현대탄콩 야적장에 출고를 기다리는 싼타페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닌빈=임진혁기자


지난 7일 찾은 베트남 닌빈 현대탄콩 공장에는 모두 1,200명의 근로자가 주야 2교대로 쉴 새 없이 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다. ‘드르륵’ 하는 드릴 소리와 ‘찌직’거리는 용접 불꽃, 밝게 켜진 형광등 밑에서 공정을 통해 프레임이 차로 변신하는 과정은 현대차 울산공장과 비슷했다. 그러나 조업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순간 커다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국내 공장의 경우 대부분 로봇이 조립을 담당하고 사람들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지만 현대탄콩은 컨베이어벨트만 자동화됐을 뿐 도장이나 조립 대부분을 손으로 했다. 장현구 현대탄콩 법인장은 “국내 자동화 비율이 100%라면 여기는 50% 수준”이라며 “로봇 등 기계장치 설치비용보다 인건비가 싸다”고 설명했다.



현대탄콩 직원들의 입사 초기 월급은 400만동(한화 약 20만원)이고 숙련자들도 600만동(약 30만원) 정도를 받는다. 우리 돈으로 25만원이면 한 명을 고용할 정도로 인건비가 저렴하다 보니 자동화보다 사람을 쓰는 게 경제적이다. 생산성은 어떨까. 국내외 현대차 공장을 두루 거쳐 지난해 3월부터 현대탄콩으로 파견 나온 장 법인장은 “한국과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이 손재주가 좋고 부지런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현대탄콩의 생산능력은 연간 5만대 수준이다. 지난해 2만1,000여대에서 올해 4만대까지 판매량이 늘어나고 베트남 자동차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는 만큼 현재 생산 중인 5개 차종(포터·그랜드i10·아반떼·투싼·싼타페)에 다음달부터 엑센트를 추가할 계획이다. 소형차 라인업을 강화해 베트남은 물론 인근 동남아 지역으로 세력을 넓힌다는 목표다.

현대탄콩이 선전하면서 현지에서는 현대차의 동남아 생산기지 유력 후보로 베트남을 점치고 있다. 반조립제품(CKD)의 기반이 잘 닦여지면서 완성차 공장 설립 가능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내 완성차 관세가 철폐되면서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완성차 공장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현지 여건은 완성차 공장에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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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현지 탄콩그룹과 합작사를 만든 것은 높은 관세장벽 때문이다. 완성차를 그대로 수출하면 70%의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사라진다. 이런 이유로 베트남 내에는 도요타와 포드·GM 등 글로벌 메이커 14개사가 모두 현대차처럼 반조립제품 형태로 부품만 들여와 현지에서 조립·유통한다. 베트남은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에 특별소비세를 35% 이상 부과하는데 오는 7월부터 베트남 부품이 사용된 부분에는 특소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부품 현지화 정도가 높을수록 차 값이 싸지고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구조다.

특히 국민차를 만들고 싶어하는 베트남 정부의 열망도 이런 예상에 힘을 싣는다. 이렇다 할 제조기반이 없는 베트남 정부는 여러 차례 제조업 부흥을 꾀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990년대 중반 자동차 산업을 육성한다며 해외 제조사를 적극 유치했지만 대부분 반조립제품에만 머물렀고 부품 산업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2000년 후반에는 국영기업 비나신을 필두로 조선업을 키우려 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조선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베트남은 다시 한번 자동차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데 내국 기업 중에는 부동산 재벌이자 베트남 최대 그룹인 ‘빈’사가 브랜드 ‘빈패스트’를 내걸고 2019년 양산을 목표로 완성차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엔진 등 높은 기술이 필요한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에서는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베트남 정부의 국민차 열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회사는 현대차뿐이라는 게 현지 경제계의 시각이다.

/닌빈=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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