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수술대 오른 금융산업]이사 추천 요구 등 과도한 경영 개입... 득세하는 금융 노조

금융권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과 회장 퇴진을 위한 여론전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면서 오는 22~23일 예정된 주요 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전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친노 성향의 정부를 믿고 금융권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 등 과도한 경영권 개입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노조는 23일 주총에서 윤종규 회장 퇴진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B금융은 주식 1,000주 이상을 소유한 주주를 대상으로 ‘낙하산 방지’와 ‘대표이사 회장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 배제’ 내용의 정관 개정,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3개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유하는 등 노조와 갈등하고 있다. KB금융은 “사추위는 외부 기관과 주주로부터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받는 제도를 지난 2014년부터 시행해왔고 외부 인선자문단 평가와 외부 기관의 평판조회 등을 고려해 최종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추천한다”며 “이 같은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검증제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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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KB노조는 국회에서 사측의 주주제안 반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KB금융지주의 의결권 행사를 무효로 해달라’는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며 더 강경 모드로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지원에도 하승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된데다 외국인 주주들도 부정적인 시각이 강해 이번에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주총에서 여론전을 할 경우 파행이나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론에 오르내리면 외국인 주주 등에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나금융도 노조가 꾸린 적폐청산공동투쟁본부는 14일 ‘금융감독원과의 채용비리 갈등과 관련해 김정태 회장 즉각 퇴진’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노조는 주총에서 김 회장 3연임 안건 통과를 막기 위해 ISS 등에 의견을 보내는 등 저지활동을 하고 있다. 신문에 광고도 냈다. 임원추천위원회와 이사회에서 모두 통과한 김 회장의 연임 건이 노조의 반발로 주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촉각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의 연임과 함께 ‘1인 사내이사’ 체제로의 전환, 신임 사외이사 선임 등도 하나금융 주총에서의 관심 사안이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김 회장, 김병호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3인 체제로 운영되던 사내이사를 김 회장 단독 체제로 개정하는 안을 상정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이사회 강화 등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노조는 노조추천이사제 관철 등 경영권 개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달 말 주총에서 시끄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앞으로 노사가 이 같은 현안에 대해 접점을 찾기보다 서로 마이 웨이를 외치며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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