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는 IMF·미국 등과 외환시장 개입 자료를 공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부작용 때문에 공개를 안 해왔는데 여러 상황을 고려해 전향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정적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압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중국 등이 의도적으로 외화를 매입해 자국 통화가치를 낮춰 대미 무역흑자를 키워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 등 6개국을 환율조작국 지정 이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해놓았다. 다음달 미국 재무부가 내놓는 환율보고서에 한국 등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IMF도 2016년 8월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라고 처음으로 명시한 후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IMF 이사회는 최근에도 정보 공개를 권고했다.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내기 위해 외환시장에 불공정한 개입을 한다고 교역 상대국들이 의심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로도 읽힌다. 최근 미국이 CPTPP 복귀 의사를 표명하면서 일본에 ‘자유무역협정(FTA) 허브국’의 위치를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도 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 개입을 공개해야 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TPP 가입국들은 이미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있고 한국도 TPP에 가입하려면 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남미 국가들이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라기보다는 각국의 경제 여건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일본 등 기축통화국들은 외환시장 규모가 커서, 남미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겪고 있어 공개 여부가 큰 영향을 주지 못해 공개 여건이 수월하다. 반면 한국과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우 시장 규모가 작은데다 자율성이 떨어져 통화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이유로 대부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세종=강광우기자 서민준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