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선악 이분법 아닌 냉정한 관찰로 구조조정 갈등 그려내고 싶었죠

'마카로니 프로젝트' 펴낸 김솔

다국적 기업 공장폐쇄 둘러싼

인물들의 윤리적 딜레마 표현

자본-인간 대립은 인류의 문제

포기않는 한 인간성 늘 살아있어

소설가 김솔소설가 김솔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을 다룬 소설을 쓰면서 ‘무조건 경영자는 악하고 노동자는 선하다’는 이분법의 논리로 접근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대기업 구조조정을 소재로 한 소설 ‘마카로니 프로젝트’를 출간한 작가 김솔(45·사진)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냉정하고 건조한 시선으로 상황을 묘사하면서 인물들의 윤리적인 딜레마를 부각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문지문학상과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한 김솔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인 ‘마카로니 프로젝트’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무기회사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이탈리아 피렌체 공장의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한다. 유럽 지역 영업본부장과 피렌체 공장장은 각 부서의 팀장들을 모아 직원들의 동요나 저항 없이 순조롭게 공장 문을 닫기 위한 모의를 비밀리에 진행한다. 현재 국내 한 대기업에서 17년차 직장인으로 근무하면서 작가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김솔은 “2014년 벨기에에서 주재원으로 일할 당시 여러 기업의 소식을 뉴스로 접하면서 이번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말했다. “제가 기업에 몸을 담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원래부터 조직과 인간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많았어요. 구조조정을 둘러싼 자본과 인간의 대립이 독자들에게 좁은 한국 사회를 넘어 세계 인류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로 인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설의 배경을 해외 다국적 기업으로 설정했습니다.”

관련기사



작가의 설명대로 ‘마카로니 프로젝트’의 인물들은 복잡하고 심층적인 내면을 가진 캐릭터로 그려진다. 팀장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될 동료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그들을 배신한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가도 은밀한 프로젝트에 동참함으로써 회사에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공장 폐쇄 발표를 접한 직원들은 분을 못 참고 기계를 파괴하고 집기를 약탈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이는 한편 개인적으로는 몰래 팀장을 찾아가 동정심에 호소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의 밥그릇이 걸린 터전을 인류 전체에 끼치는 해악이 심각한 무기 공장으로 설정한 것 역시 이 같은 딜레마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김솔은 이처럼 선악의 판단을 보류한 채 냉정한 시선으로 상황을 그리면서도 인간성에 대한 희망만큼은 작품 속에 꼭 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작가의 이런 바람은 소설 속의 ‘마지막 남은 자가 모든 직원들을 대신하여 금붕어처럼 하찮은 존재에게까지도 관심을 쏟는다면, 직원으로서는 실패했을지언정 인간으로서는 결코 그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70쪽)’와 같은 문장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인간이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조직이든 이념이든 시스템이든 결코 인간을 굴복시킬 수는 없습니다. 비록 직장을 잃고 회사에서 쫓겨나더라도 이전과 다름없이 흘러가야만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잖아요.”

소설의 이야기와 놀랍도록 흡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GM 사태를 화제에 올리자 작가는 매우 조심스러워하면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는 “공교롭게 GM의 상황이 ‘마카로니 프로젝트’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돼 많이 놀랐다”며 “한국GM 사태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이슈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일자리가 걸려 있는 만큼 노동자와 경영자들은 물론 사회 전체가 ‘솔루션’을 잘 고민해서 최상의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는 짤막한 바람을 내비쳤다.
사진제공=문학동네



나윤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