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금융권 신규 사외이사 보니] 親정부 인사 수두룩…이사회 독립성 어쩌나

文지지·참여정부 출신 대거 포진

KB 4명 중 3명 장하성 실장 동문

지주-계열은행 교차인사도 적잖아

"CEO 견제 대신 방패막이"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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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사외이사가 35명이나 물갈이된 가운데 친(親)정부 성향 인사들이 대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거나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인사 또는 현재 금융권의 주요 인맥인 경기고 출신 등이 주로 선임됐다. 금융당국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친정권 사외이사 확대로 외풍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올해 금융권에 선임된 사외이사 35명의 면면을 분석한 결과 5명 중 2명꼴인 43%(14명)의 직업이 교수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법조계·관료·민간 등으로 엇비슷했다.


통상 사외이사들은 신규 선임되고 2년 후 매년 연임으로 5~6년의 임기를 채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 간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상당수가 연임을 포기해 올해는 새 얼굴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문제는 이들 중 친정부 인사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신한금융 신규 사외이사인 박병대 전 대법관은 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다. BNK금융의 정기영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부산은행의 손기윤 교수는 참여정부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전문위원 출신이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인 차정인 교수는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와 경남 창원 을 지역구에 출마했으며 문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 출신인 김정훈 IBK기업은행 사외이사와 대구은행 사외이사인 이재동 변호사도 문 대통령 지지 선언 후 신규 선임된 케이스다. 민금넷은 지난 대선 때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문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이와 함께 지병문 광주은행 사외이사는 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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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채용비리와 지배구조 이슈가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을 새롭게 포진시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B의 경우 지주와 은행에서 신규 사외이사 4명이 선임됐는데 이 중 3명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동문인 경기고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KB금융의 선우석호 서울대 교수는 장 실장과 논문을 같이 쓸 정도로 친분이 깊고 정구환 변호사는 참여정부에서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을 지냈다. 국민은행 사외이사에 오른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통위원도 경기고 출신의 정통 금융관료다.

이 같은 코드 인사 논란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재무·법률·회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선임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결국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보다 외부에 대한 방패막이를 세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함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CEO가 배제된 상황이어서 이사회의 힘이 다시 비대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CEO들이 회사 경영에 집중하기보다 정권 눈치 보기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주와 은행을 교차해 맡은 사외이사도 적지 않았다. 허윤 하나금융 사외이사는 기존에 KEB하나은행 사외이사였고 김인배 하나은행 신규 사외이사는 직전까지 하나금융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DGB금융의 이담·서인덕 신규 사외이사는 앞서 대구은행 사외이사였다. 이 중 영남대 명예교수인 서 사외이사는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과 대학 동문이다. 또 JB금융의 김상국 사외이사는 광주은행, 이광철 사외이사는 JB우리캐피탈 등 계열사에서 지주사로 사외이사직을 옮긴 경우다. 이에 대해 내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장점과 함께 일각에서는 ‘그들만의 리그’로 유착관계가 강해져 경영진 견제 역할은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스킨십을 위해 관료 출신도 중용됐다. 신한은행은 박원식 전 한국은행 부총재를 선임했다. 하나금융의 백태승·양동훈 두 사외이사는 한국은행에서, 김홍진 사외이사는 재정경제부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한정기 농협은행 사외이사는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장을 지냈다. 금융감독원 출신으로는 NH농협금융의 이기연 성균관대 교수, 전북은행의 서문용채 전 국민카드 상근감사가 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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