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본업 무관한 M&A 동원…머니게임에 멍드는 中企

여성 의류 브랜드업체 데코앤이

팍스넷 인수하려다 57억 손실만

패션사업 부진 속 "내부통제 안돼"

불투명한 거래 문제된 감마누 등

회계법인 감사 거절로 상폐 위기

2615A18데코앤이



코스닥 상장사들이 머니 게임에 흔들리고 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뀐 뒤 본업과 상관없는 기업인수·합병(M&A)에 동원됐다가 수십억 원의 투자 손실을 입는가 하면, 새로운 대주주나 경영진이 허술한 회사 내부 통제 시스템을 이용해 회사 자금을 유용하다가 적발돼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성 의류 브랜드 업체 데코앤이는 결산 감사보고서 제출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212억9,300만원이라고 정정공시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이 회사는 지난 15일 작년 순손실이 155억2,300만 원이라고 공시했지만, 일주일 만에 손실액이 57억원 가량 늘었다고 정정한 것. 부채총계는 약 207억 원에서 272억 원으로 증가했다.


회사 측은 브랜드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따른 손실 증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해석은 다르다. 데코앤이가 본업과 관계없는 증권정보제공업체인 팍스넷 인수를 추진하면서 ‘진토1호조합’을 통해 중도금 명목으로 100억 원의 자금을 댔는데 인수가 무산되자 이 가운데 상당금액을 뒤늦게 투자 손실에 반영한 것이란 주장이다. 당초 팍스넷 인수는 윤영각 전 삼정KPMG 회장의 파빌리온인베스트먼트가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인수는 지난해 이랜드 가(家)로부터 데코앤이를 인수한 키위미디어 그룹과 현 데코앤이 경영진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데코앤이가 지난해 12월 유상증자로 조달한 86억원 중 일부를 팍스넷과의 계약유지를 위한 추가 담보로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실제 감사보고서 종료를 앞두고 회계법인 측은 데코앤이가 자본 조달을 하면서 당초 사용 목적(홈쇼핑 진출 및 온라인 사업확장)과 부합하지 않게 팍스넷 인수 자금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데코엔이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박경남 회장과 고성웅 대표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질 않았다.


시장에서는 적자 기업인 데코앤이가 투자 결정까지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시에 따르면 데코앤이는 고성웅 대표의 지인이 팍스넷 인수를 추진하는 파빌리온PE를 고 대표에게 소개해줬고, 경제적인 효용가치가 크다고 판단해 이사회를 거쳐 100억원을 투자했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 부진 등으로 지난해 155억원의 손실을 입고 수년 간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인 회사가 100억원을 아는 사람이 소개했다고 투자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사회도 형식적으로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 내부 통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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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코앤이는 1984년 설립된 여성 전문 의류업체다. 20~40대 중반 여성을 타킷으로 현재 ‘EnC’, ‘96NY’, ‘DECO’, ‘ANACAPRI’, ‘DIA’ 등 다양한 여성 의류 브랜드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30년 넘게 여성 의류 브랜드 업체로 인지도를 높이며 연 매출 1,600억원대의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4년 전 사장이던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의 장남 윤태준 씨가 회사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키위미디어그룹이 회사를 인수했지만 또다시 본업과 다른 업체에 투자하다가 실패해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2012년 1,659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말 기준 468억원까지 쪼그라들었고, 2014년부터는 4년 연속 당기 순손실(누적 손실 40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내부 통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대주주나 경영진의 무리한 의사 결정으로 회사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은 데코앤이 뿐만이 아니다. 코스닥 상장사 감마누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통신사 안테나 장비 공급업체인 감마누는 지난해 에스엠브이로 최대주주가 바뀐 뒤 여행사 3곳을 인수하며 여행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감마누는 주인이 바뀌진 1년도 안돼 대주주와의 불투명한 자금 거래로 문제가 됐다.

감마누는 지난해 대주주인 에스엠브이홀딩스와 제이스테판, 마제스타 등 다른 상장사, 뉴화청여행사, 천계국제여행사 등 특수관계자와 매출 2,470억원, 매입 92억원 규모의 거래를 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증빙할 수 있는 내역을 제시하지 못했다. 회사가 투자한 대여금과 선급금, 보증금 등 일부 투자자산에 대해서도 거래의 정당성 판단을 위한 감사증거와 회수가능 금액에 대한 감사증거도 내놓지 못해 회계법인으로부터 상장폐지 사유인 의견 거절을 받았다.

네트워크 보안 개발업체 넥스지와 PC 유통판매업체 에임하이도 대주주 변경 이후 가상화폐 등 신규사업 진출에 나섰지만, 회사 자금거래의 신뢰성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감사의견 거절로 상폐 위기에 몰려 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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