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럭셔리 세단, 더 편하거나 더 '펀'하거나

뒷자리 힘 준 '쇼퍼 드리븐 카' vs 주행감성 우선 '오너 드리븐 카'

아침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면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기사가 운전하는 차의 뒷자리에 앉아 이동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특히 출근 시간 움직이는 검은색 제네시스 ‘EQ900’은 거의 전부 오너가 아니라 기사가 몰고 있다. 제네시스 EQ900처럼 기사가 운전하는 비율이 높은 차는 설계 때부터 뒷자리에 더 큰 공을 들이게 마련인데 이런 차를 일컬어 ‘쇼퍼 드리븐(chauffeur driven)’ 카라고 한다.


반면 다음달 초 출시되는 기아자동차 ‘더 K9’은 같은 대형 세단인데도 EQ900과는 달리 ‘오너 드리븐(owner driven)’ 카를 지향한다고 선언했다. 직접 운전하는 사람들을 주된 타깃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에서 EQ900과의 간섭효과를 회피하기 위한 마케팅적 요소가 강하지만 차 자체도 뒷자리의 편안함보다 주행감성을 우선해 개발했다는 뜻이다. 쇼퍼 드리븐 차와 오너 드리븐 차는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다른지 알아봤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쇼퍼 드리븐 카

제네시스 EQ900·벤츠 S클래스·렉서스LS

뒷좌석 안정·정숙성 높아 ‘움직이는 사무실’



기아차 ‘더 K9’기아차 ‘더 K9’


오너 드리븐 카

신형K9·BMW 7시리즈·아우디 A8 대표적


민첩한 운동성능으로 운전 ‘본연의 맛’ 살려

관련기사



◇차 이미지가 고객 선택 좌우=일반적으로 대형 럭셔리 세단이라고 하면 차 길이 5m 이상이고 미국 시장 기준으로 가격 6만 달러가 넘는 차를 일컫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의 ‘A8’ 등이 대표적이다. 국산차 중에서는 제네시스 EQ900과 앞으로 나올 신형 K9이 이 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최고급 차들 중에서도 기사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차는 수입차 중에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렉서스 ‘LS’, 국산차는 제네시스 EQ900이라고 얘기한다. 사실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럭셔리 대형 세단이면 뒷자리도 편안하고 직접 몰 때 느끼는 주행품질도 훌륭하다. 그런데도 선택이 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차의 이미지다. 기사가 있는 사람 또는 기사가 운전할 법인용 차를 구입하는 담당자라면 머릿속에 BMW 7시리즈보다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국산차도 마찬가지여서 운전기사를 염두에 둔 개인 또는 법인 고객은 K9보다는 EQ900을 떠올리게 돼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설명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시장에서 형성된 차의 이미지가 소비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자동차 메이커들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쇼퍼 드리븐 차를 설계할 때는 뒷자리에 특히 많은 공을 들인다. 뒷자리를 비행기 비즈니스클래스나 퍼스트클래스 수준으로 만드는 것은 기본. 디스플레이를 부착해 뒷자리 승객이 이동 중 각종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움직이는 사무실=쇼퍼 드리븐 카의 최고봉은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다. 뒷자리 2개가 독립 좌석이라 아예 4인승이다. 앞좌석을 앞으로 77㎜ 이동시켜 뒷자리 승객이 더욱 넓은 공간을 쓸 수 있다.

요즘 쇼퍼 드리븐 카들은 무엇보다도 ‘움직이는 사무실’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주된 구매 고객이 최고위 비즈니스맨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동 중 차내에서 전화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태블릿PC나 노트북 컴퓨터를 무릎에 올리고 업무를 보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뒷자리의 정숙성과 안정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배기음이 차내로 유입되지 않게 하고 과속방지턱 등을 넘을 때 뒷자리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장거리 이동이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S클래스를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은 KTX나 국내선 비행기를 타서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차 뒷자리에 앉아 연속적으로 업무를 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말엔 가족과 함께=오너 드리븐 대형 세단의 대표선수는 BMW의 7시리즈다. 이밖에 아우디 ‘A8’도 오너 드리븐 성향이다, 슈퍼카 중에선 벤틀리 컨티넨탈 플라잉스퍼가 오너드리븐 성향이 강한 차로 분류된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은 과거 사석에서 “7시리즈는 직접 운전할 때가 더 좋은 차”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 회장은 기사가 운전하는 7시리즈를 오랫동안 탔는데 뒷자리도 좋지만 역시 직접 운전대를 잡았을 때 차의 진정한 가치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BMW는 대형 세단이라고 해도 브랜드 슬로건인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양보하지 않는다”면서 “뒷자리의 편안함과 민첩한 운동성능의 균형을 맞춘 차가 7시리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7시리즈 V8 모델 중 최상위인 ‘750Li x드라이브 프레스티지’는 좌석이 비행이 일등석 수준이고 조수석을 9㎝까지 이동시킬 수 있다. 센터콘솔 테이블을 마련해 사무처리가 가능하고 뒷자리 모니터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화면을 미러링할 수 있어 더욱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

이런 고급차를 직접 몰기 위해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고객 중 ‘좋은 아빠’들이 많다는 전언. BMW코리아 관계자는 “주중엔 비즈니스 용으로 쓰고 주말엔 자식과 부모 등에게 넓은 뒷자리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오너 드리븐 대형 세단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맹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