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머니+ 불붙은 은행 로보어드바이저 경쟁]안정형은 '우리 로보-알파'...적극투자형선 '하이 로보' 돋보이네

10만원부터 투자 가능...편의성 높고 수수료 저렴

펀드 외 연금저축까지 포트폴리오 서비스 확장

자산운용사 상품보다 낮은 수익률은 극복 과제로




자산 규모가 큰 50대 사업가 A씨는 최근 KEB하나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PB 외 로봇 알고리즘에 자산을 분산투자, 관리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로봇이 자산을 관리한다는 게 처음에는 영 미덥지 못했지만 8억원의 유동 자금을 KEB하나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하이 로보’에 예치시켜 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모바일을 통해 수입형태·선호하는 금융상품·손실 감수 정도 등 간단한 투자성향에 관한 물음에 답했다. 이후 ‘적극 투자형’ 결과에 맞게 로보어드바이저(RA)가 추천해 준 상품에 가입했다. 시장 변동성이 나타나면서 다른 투자 상품들의 변동성은 커지는데 반해 ‘하이 로보’는 이곳 저곳 알맞은 곳에 자금이 분산 투자돼 있어 포트폴리오 변동성이 낮았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신 관리에 믿음이 생긴 A씨는 13억원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포트폴리오를 짤 때 ‘하이 로보’가 앞으로 3개월 간 가장 좋을 것으로 예측되는 펀드로 바로 추천한 ‘다이렉트 알파’ 모델을 선택했다. A씨는 ‘마이(MY) 진단보고서’를 받아보며 로봇의 자산관리에 흡족함을 느끼고 있다.

로봇이 자산을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시대가 펼쳐졌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2015년 말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며 ‘자산 관리 대중화’를 목표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자산관리 전문가(adviser)를 합성한 말로,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자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고객의 투자성향·목표·현재 시장 상황 등을 분석해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인간 개입을 최소화한 대표적인 ‘핀테크’(금융·기술 융복합 서비스)인 셈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려면 금융위원회 테스트베드를 통과해야 한다. 우리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이 지난해 차례로 테스트베드를 통과해 본격 서비스 운영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테스트베드 규정이 나오기 전인 2016년부터 서비스를 개시했다. 신한은행 고객 누구나 ‘엠폴리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신한 쏠(SOL) 또는 엠폴리오 앱에 접속해 투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몇 가지 간단한 질문에 답하고 월 적립 금액만 입력하면 로보어드바이저와 신한은행 전문가가 추천하는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즉시 받아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종합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우리 로보-알파’를 서비스 중이다. 글로벌 시황과 금리 등을 분석해 고객 위험 성향에 적합한 펀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이 로보’를 출시했고, KB국민은행은 이달 본격적으로 ‘케이봇 쌤(KBotSAM)’을 내놓고 서비스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테스트베드에서 검증된 알고리즘 우수성을 바탕으로 ‘하이로보’가 추천한 상품을 PB가 또 한번 골라 재추천하는 복합 모델이라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자산관리라고 해서 거액을 거머쥔 VIP만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중은행 로보어드바이저 모두 최저 10만원부터 투자가 가능하다. 로보어드바이저 가입자 중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금융자산 1,000만원대라는 게 은행 관계자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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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이 적용된 금융상품은 여러 장점이 있다. 금융회사 직원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맞춤형 자산 배분 전략을 짤 수 있는 편의성은 물론, 수수료도 기존 금융상품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자산관리 역량의 핵심은 투자 수익률에서 판가름 난다. 금융위가 주관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운용심사에서 수익률을 참고 할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 각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가 얼마만큼 수익을 내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6개월 수익률을 놓고 봤을 때 안정형 포트폴리오에서는 ‘우리 로보-알파’가, 위험중립형·적극투자형에서는 ‘하이 로보’가 선방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확산을 위해 은행별로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도 보완해야 할 지점은 많다. 여전히 자산운용사보다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이 더해지고 분석이 한층 정교해져야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로보어드바이저에 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자산관리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인 것일 뿐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로보어드바이저가 휴먼어드바이저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이란 기대는 오해”라고 지적했다.

일각의 지적과는 별개로 은행들은 펀드 외에 개인연금저축, 퇴직연금으로까지 로보어드바이저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퇴직연금 상품 설계·가입이 되는 곳은 신한은행·NH농협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모바일로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퇴직연금 자산을 설계하고 조정할 수 있는 ‘엠폴리오’를 제공 중이다. NH농협은행 고객들은 은행 창구에서만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은행 창구에서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인 ‘NH로보-프로’를 통해 모델 포트폴리오를 추천받으면, 고객이 직접 결정해 가입하는 방식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하반기까지 외부 펀드 평가사와 협업 등을 통해 프로세스 개선, 시스템 고도화를 이뤄 모바일까지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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