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김철로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유럽 배낭여행을 떠날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비행기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런던행 기차표를 예약했다. 북한에 사는 친구를 신의주에서 픽업해 중국횡단철도(TCR)를 타고 베이징과 몽골 울란바토르를 거쳐 러시아 이르쿠츠크~모스크바 등을 둘러보고 파리와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를 한꺼번에 보기 위해서다. 김씨는 “비행기로 가는 것보다 아시아와 유럽대륙을 횡단하며 다양하게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좋다”며 “일용직 시장을 연결하는 글로벌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중간중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행비도 벌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물류업체인 ㈜e-글로벌의 이세계 대표는 요즘 일감이 늘었다. 과거 유럽까지 화물을 보내거나 들여오려면 배로 동남아와 인도양·지중해를 거치느라 45일가량 걸렸는데 기차로 보내니 보름 이상 단축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유럽으로 해운운송을 하면 항구에서 하적해 목적지까지 가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며 “기차를 이용하니 납기지연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주문량도 더 많이 처리할 수 있다”며 흡족해했다.
이는 남북이 철도를 연결하고 TCR는 물론 시베리아횡단철도(TSR)나 몽골횡단철도(TMGR)까지 연결할 경우를 가정한 미래의 시나리오다. 앞으로 북핵 문제의 전기가 마련되고 북한 철도 현대화 등이 이뤄지면 오는 2025~2030년께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경의선 구간은 지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뒤 김대중 대통령이 ‘철의 실크로드’를 표방하며 철도연결을 위한 기공식을 가진 뒤 2007년 문산부터 도라산역을 거쳐 개성까지 시범 운행했다. 당시 동해선도 남북 비무장지대(DMZ) 구간 내 선로연결을 마치고 시범운행까지 했다. 맹성규 국토교통부 2차관은 최근 “지금도 남북이 결정하면 부산에서 베이징까지 열차가 다니게 할 수 있다”며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대북 제재가 풀리면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병훈 한국무역협회 홍보실장은 “철의 실크로드가 완성되면 대한민국이 동북아 물류대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철도연결에 성공할 경우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의 첫걸음을 뗀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타의에 의해 분단된 지 73년이나 된 대한민국이 유라시아 대륙 국가로 발돋움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내부자료에 따르면 경의선(개성~평양~신의주) 공사비는 북한이 건설할 경우 9,064억원, 남한 건설단가로는 6조8,804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러시아 측의 북한실태 조사에 따른 산정단가는 1조3,926억원이다.
경원선(평강~원산~두만강)은 북한 건설 시 1조7,182억원, 남한 건설 시 13조427억원이다. 러시아 산정단가는 2조6,398억원이다. 동해선(고성~원산~두만강)은 북한 건설 시 1조7,006억원, 남한 건설 시 12조9,091억원에 달했다. 러시아 산정단가는 2조6,128억원이다.
동해선이 경의선보다 갑절 가까이 많은 투자가 들어가는데 교량과 터널이 많은 특성이 추가로 반영되면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도 있다. 경의선은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고 지형조건도 유리하다. 남북 단절구간이 경원선은 31㎞인데 비해 강릉~속초~제진 간 동해북부선은 110㎞(북측 감호~삼일포~금강산 18.5㎞와 제진~군사분계선 남측구간 7㎞는 복원완료)나 돼 동해선이 경원선보다 추가로 비용이 더 들 가능성도 있다.
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투자비용은 2030년 낙관적 시나리오를 두고 수송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개보수 중심이 아니라 복선 전철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노반실태, 터널과 교량 등의 정확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정확한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철도 현대화는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과 러시아 가스관 연결 등 파급효과도 크다. 맹 차관은 “북한 철로를 개량하면서 폭 60m의 철도용지 지하에 러시아에서 가스관을 끌어와 지나가게 하면 토지 점용료를 아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