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스포츠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지난 24일 전국 5개 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전에 역대 두 번째로 많은 9만6,555명이 입장하며 흥행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프로야구 KBO리그는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7월 A구단 사장은 2013년 플레이오프 경기를 앞두고 최모 전 심판의 요구에 따라 300만원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임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프로야구 적폐 청산에 나선다며 KBO를 검찰에 고발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의 검찰 고발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8월에는 B구단 직원이 2012년과 2013년 같은 최 전 심판의 요청에 100만원씩을 송금한 사실이 알려졌다. 2016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앓은 프로야구이기에 팬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지난해 말에는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가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폭력을 휘둘러 경찰 조사를 받은 일도 있었다.
‘자멸설’이 나왔을 만큼 여러 악재에 따른 흥행 우려가 있었지만 올 시즌 KBO리그는 순항을 시작한 분위기다. 미담 사례도 나왔다. SK 와이번스 좌완투수 김광현의 머리카락 기부 소식이다. 김광현은 지난달 일본 전지훈련 도중 소아암 어린이를 돕기 위한 모발 기부를 발표했다. 그러고는 25일 삼손 같은 장발로 나선 시즌 첫 선발등판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그는 “시즌 첫 등판 후 머리카락을 자르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과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전부 지킬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광현이 기부한 머리카락은 헤어솔루션 기업 하이모를 통해 가발로 제작돼 추후 소아암 어린이에게 전달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화제가 됐던 ‘수염 기부’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었다. 2013년 12월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비드 오티즈가 면도기 제조 업체 질레트와 함께 덥수룩하던 수염을 깎아 수염과 사인이 담긴 면도기를 경매에 부친 것. 당시 오티즈의 수염과 면도기는 약 1,100만원에 낙찰됐고 경매 수익은 전립선암과 고환암 예방을 위한 자선단체에 전달됐다.
지난해 은퇴한 ‘국민타자’ 이승엽은 최근 자서전을 내고 책 판매 수익금 전액을 자신의 이름을 건 이승엽장학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앞서 어린이병원에 1,0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스타 출신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은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의 씨앗을 뿌리고 국내 유소년 야구팀에 피칭머신을 기증하는 일을 펼치고 있다.
김광현과 이승엽·이만수의 행보는 프로야구가 명예를 회복하고 꿈을 심는다는 출범 취지를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해답을 보여주는 듯하다. 프로야구를 비롯한 스포츠계 전반에 기분 좋은 ‘기부 바이러스’가 창궐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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