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인터뷰] '佛 공쿠르 문학상' 마지디 "미투는 폭력에 대항하는 연대…행동으로 실천해야"

'나의 페르시아 수업' 한국어판 출간차 방한

"여섯살에 고향 떠나 망명한 탓

이란·프랑스 사이 정체성 고민

둘다 내 모습으로 받아들이지만

고국의 여성 억압은 용납 못해

미투는 남성 적대시한 항거 아냐

언어 고발 넘어서 정치적 실현을"




‘나의 페르시아 수업’으로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이란 출신의 프랑스 작가 마리암 마지디(사진). 이 작품에서 그는 이란과 프랑스라는 이질적인 나라의 문화가 서로 갈등하고 불화하고 마침내는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는 자전적 이야기를 시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화해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책의 한국어판 출판과 프랑코포니(프랑스어 사용국 국제기구) 문화축제 기간을 맞아 최근 방한한 그를 서울경제신문이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만났다.

1980년에 태어난 마지디는 6살이 되던 1986년 공산주의자인 부모를 따라 프랑스로 망명했고, 프랑스에서 자랐다. 프랑스로 이주하면서 페르시아어는 서서히 그에게서 잊혔고, 그의 사고를 규정하는 언어는 프랑스어가 됐다. 두 문화와 두 언어 사이에서 고민이 깊었던 그였기에 그와 나눈 대화 중 절반 이상이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자라면서 내 안에서는 ‘내가 대체 이란 사람이야? 프랑스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서로 불화하고 둘 사이에 알력 다툼이 생겼었다. 그러나 이 둘을 다 유지하기 위해서는 둘 다 수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을 강요하는 게 아닌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것의 총체로서의 정체성을 갖도록 모든 것들을 그냥 놔두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언어의 숲’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찾기 위해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은 끝에 ‘그 어느 나라의 마리암 미지디’도 아닌 그냥 ‘마리암 마지디 자체의 언어’를 갖게 됐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자랐지만 나의 정체성은 프랑스라는 국가와 문화의 정체성이 아니다. 단지 제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불어라는 거다. 제 정체성은 어느 한 국가나 문화에 지배당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모습과 여러 층위로 쌓여있다.”

관련기사



책은 ‘첫 번째 탄생’ ‘두 번째 탄생’ ‘세 번째 탄생’ 등 총 3장으로 구성돼 이란, 프랑스인 그리고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마지디가 탄생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소녀가 어머니의 배 속에 있었던 때는 이란혁명으로 사회가 혼돈을 겪던 시기였다. 소설의 주인공은 태아 때부터 당시의 분위기를 소리로 이미 느끼고 있었을 만큼 예민한 모습으로 실제 마지디를 떠오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소르본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이후 이란의 두 문인인 우마르 하이얌 시인과 사데크 헤다야트 소설가를 주제로 비교문학 석사 논문을 쓰며 모국과 자신이 정착한 나라 사이를 오가며 이방인으로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한 작가의 모습은 바로 소설 속 소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성을 억압하는 이란의 이슬람 근본주의와는 화해하지 않는다. 이란에서의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 묻자 그는 “이란에는 여성의 권리가 없으며,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정말이지 우습다”며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란에서는 종교생활부터 가족·사회·경제·정치·국제관계에 이르기까지 무슬림 세계의 모든 것을 규정하는 샤리아법이 사회의 작동원리”라며 “정치로는 최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에서도 여전히 여권 신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우리는 여성의 권리를 쟁취해야 하며, 가지고 있는 권리를 잘 보호하지 않으면 그것은 곧 상실될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투(#MeeToo·나도당했다)’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그는 기사 등을 통해서 ‘미투’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표한다며, 자신이 최근 파리의 지하철에서 겪은 ‘미투’ 캠페인으로 변화한 사회와 여성들 간의 연대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남성에게 조금만 비켜 달라고 하자, 그는 굉장히 불쾌하다는 듯이 저에게 뭐라고 했고, 제가 어려움을 겪자 여성들이 하나둘 그 남성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는 남성에 대항하는 연대가 아닌 폭력에 대항하는 연대다.” 그러면서 그는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프랑스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너의 돼지같은 직장상사를 날려 버려’라는 메시지를 돌리며 ‘미투’가 벌어지고 있다.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어떻게 여성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는지가 집단의 언어로 고발되고 있다. 언어 고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정치적인 실현으로 가야 한다.”
사진제공=달콤한책

연승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