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美 "회담 적합하게"...'北 단계적 해법'에 선 긋나

복잡해진 한반도 체스판

한미-북중 대응책 차이에

러·日도 지분 확보 나서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땐

文 '운전자론' 시험대 올라




남북미가 주도하던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중국이 끼어들면서 협상의 판이 커지고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도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여 경우에 따라 남북미 대(對) 북중러라는 냉전시대 진영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반도 ‘운전대’를 잡는가 싶던 문재인 대통령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일단 청와대는 북중 정상회담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29일 논평을 통해 “북중 정상회담으로 중국이 한반도 평화 논의에 참여하게 된 것은 한반도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중 정상회담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하다.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이 한 번에 해결하는 ‘원샷 딜’을 선호해왔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단계별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도 우리와 비슷하게 ‘일괄타결’ 방식이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선호하는 리비아식 해법(비핵화의 결정적 조치를 조기에 이행하고 철저한 검증 후 보상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실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오는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적합하게(properly) 개최되는 것을 확실히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적합하게’라는 단서를 달아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해법에 대해 에둘러 부정적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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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안으로 한미의 단계적 동시 조치를 요구하며 사실상 한미의 비핵화 해법과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핵화 단계를 ‘살라미’처럼 잘게 쪼개 각 단계마다 보상을 유도한 과거 수십년간의 한미 대응전략과 같은 것이다. 핵무력 고도화를 위한 시간 벌기용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역시 ‘점진적·동시적 조치’를 통한 비핵화 방안에 북한과 합의함으로써 사실상 한미의 급진적 비핵화보다는 점진적 비핵화를, 되도록이면 현상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본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 최대의 압박을 계속하면서도 북일 정상회담, 납치 일본인 문제 등을 거론하는 등 한반도 정세에 끼어들 틈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4월 중순 모스크바 방문을 받아들여 역시 한반도 지분 확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조치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남북미와 북중러의 오랜 진영구도가 형성되고 지루한 힘겨루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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