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모스크바=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미국영사관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연합뉴스러시아가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고 미 총영사관을 폐쇄하기로 했다. 유럽국가 대사들도 초치해 보복조치를 전달했다.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된 러시아가 서방을 향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작전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새로운 냉전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영사관을 폐쇄하기로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상호주의에 따른 것”이라며 “미국 외교관 60명을 포함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다른 국가들의 외교관을 같은 수만큼 맞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러시아와 미국의 상대국 외교관 맞추방은 냉전이 최고조에 달한 이후 최대 규모라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 외교관들은 다음달 5일까지 러시아를 떠나야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영사관은 2일 이내에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미국은 유감의 뜻과 함께 별도의 대응을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겠다는 러시아의 오늘 결정은 미러 관계가 더 악화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트위터에서 “유감스럽고 부적절한 결정”이라며 “러시아는 대화에 관심이 없다. 영국에 대한 후안무치한 화학무기 공격에 이어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신들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국가들과 러시아의 관계가 냉전 이후 최악의 상태인 가운데 또 한 번의 큰 위기가 찾아왔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년 만에 러시아와 서방국 간의 긴장관계가 최악 수준에 다다랐다”고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현재 사태는 미러가 맞붙었던 냉전시기를 떠오르게 한다”며 “그때는 통제와 소통기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한편 러시아는 30일 신형 ICBM ‘사르맛’ 두 번째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미국과의 군비경쟁 긴장감도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