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에 10대들을 동원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린 나이에 보험사기 범죄에 발을 들여놓으면 성인이 돼서도 범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범죄경력이 쌓이면서 행태가 지능화되고 더욱 흉포화되는 경향이 있어 국민 피해가 심해진다.
경찰에 따르면 보험금을 노리고 사기를 치는 10대들은 최근 부쩍 늘어났다. 지난해 9월 대구 수성경찰서는 동네 선후배들과 짜고 차량과 오토바이를 이용해 고의로 사고를 낸 뒤 억대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A(22)씨와 B(19)군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범행 당시 A씨 등 2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10대 미성년자였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1월 청년층을 대상으로 지급된 보험사 보험금 내역을 분석해 악성 보험사기 혐의자 30명을 적발한 결과 이 중 12명은 10대 시절부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평균 26건 사고를 저질러 7,70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집계됐다. 입원치료 시 통원치료보다 2~3배 이상 합의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경미한 접촉사고를 유발한 후 장기간 입원해 고액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박성복 도봉경찰서 교통범죄팀장은 “보험사기단들이 20대 초반 나이임에도 총책·중간책·공범 등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단순 고수익 알바인 줄 알고 찾아왔던 10대들 중 일부는 보험사기 공범 역할인 것을 알고 거절의사를 표했지만 최씨 등의 협박을 못 이겨 범행에 가담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경찰의 보험사기 수사 인력과 전문성은 이런 현상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현재 보이스피싱처럼 전담팀을 운영하는 일선 경찰서는 한 곳도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살인·상해 보험사기가 늘어나고 있어 형사·지능수사·교통범죄 등 부서 간 협조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정 수사 인력은 경기청 120명, 부산청 147명 등 전국적으로 약 580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현재 전국에 보험범죄 전담수사팀 인원은 500명 안팎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 인력마저도 현재 지능범죄팀에 소속돼 보험범죄만 전문적으로 다루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범죄전담수사요원이라도 실제로는 지능팀 수사인력이라 보험사기사범 외에도 대출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는 물론 팀 내 주요 담당업무인 선거사범, 집회시위사범, 공무원범죄도 다룬다”며 “생명보험은 처리시간이 평균 500시간이 넘고 조직화된 보험사기의 경우 최대 10명이 넘는 수사관이 필요해 일선 경찰서에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보험사건은 마약사건 다음으로 수사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사 난도가 높은 범죄다.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사건처리 수사기간도 3개월 초과~6개월 이내(28.7%), 6개월 초과(30.6%)로 집계되는 등 절반 이상은 3개월 이상의 수사시간이 필요하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해당 병원 등 관계기관 자료 요청과 검토는 물론이고 연루자도 수십 명이라 수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아울러 범죄가 의심되는 요주의 인물이면 오랜 기간 주시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인사이동을 하다 보니 지역 내 범죄 흐름이 축적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10대 때 보험사기에 가담한 청년들은 나이를 들수록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강력범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웅 치안정책연구소 범죄수사연구실 연구원은 “보험사기에 한번 가담하기 시작하면 결국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강력 범죄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보험사기 전체 건수 대비 전담 인력이 많이 부족한 만큼 거점 경찰서부터라도 전담 대응팀을 만드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