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금호타이어 노사 더블스타로 매각 합의] 노조편인줄 알았던 청와대가 "정치적 해결 안돼" 밝히자 급선회

채권단·정부·靑 전방위 압박

"파국 막자" 현장 목소리 커

찬반 투표서 '찬성' 우세 전망

中 법인 정상화도 속도 낼듯

이동걸 산업은행장(왼쪽)과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이 30일 오전 광주시청 비지니스룸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추진을 위한 간담회’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이동걸 산업은행장(왼쪽)과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이 30일 오전 광주시청 비지니스룸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추진을 위한 간담회’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금호타이어 노조가 30일 해외매각에 전격 합의하면서 법정관리는 피하게 됐다. 산업은행은 이날까지 금호타이어 노사가 해외매각과 자구계획안 합의를 해오지 않을 경우 자율협약을 종료하고 법정관리에 넣겠다고 압박해왔다.

채권단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이날 자정을 불과 3시간 남기고 노사가 중국 더블스타의 자본유치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매각 작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노조는 31일 집행부 회의에서 투표방식을 논의하고 다음 달 1일 노조위원장 선거 방식으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집행부가 사실상 해외매각을 수용했기 때문에 투표 결과는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해외매각에 대한 노조 동의라는 큰 산은 넘었지만 자구계획안 합의라는 또 다른 산이 남았다. 이날 노사가 해외매각과 함께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했다”고 밝힌 만큼 새로운 자구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난 2월 말 노사가 진통 끝에 합의한 자구안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이 불충분하다며 반려한 바 있다. 새로운 자구안에는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 파업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조합원 투표 결과 해외매각이 가결되더라도 노사가 기존보다 강도 높은 자구안에 합의해야 한다”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고는 있다”고 말했다.

노사 간 자구안 합의까지 마무리되면 채권단은 곧바로 더블스타와 투자유치 본계약 체결에 나설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상반기 중 본계약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더블스타는 6,463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보유하게 된다. 채권단도 약속한 대로 시설자금 용도로 최대 2,000억원을 지원한다. 기존 채권의 만기도 5년 연장하고 금리도 낮출 방침이다.


우리사주조합이나 개별 임직원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사측의 자사주 출연 등에 대한 협의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금호타이어 노조를 설득할 유인책으로 더블스타와 합의된 스톡옵션 등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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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부실의 시발점이 됐던 중국 법인의 정상화에도 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딜 클로징 전이라도 중국법인 정상화를 위해 더블스타가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시너지가 창출되면서 중국법인이 정상화되고 매출규모 글로벌 10위권 업체로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시설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2025년까지 글로벌 톱 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해외매각에 전격 합의하면서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될 가능성이 높지만 고용보장 기간이 3년이어서 대규모 인력감축 등 ‘먹튀’에 대한 의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노조 집행부가 해외매각 찬성으로 급선회한 것은 내부 동요가 커지며 민심이 계속 이탈하고 있어서다. 전임 집행부로 구성된 현장투쟁노동자회, 또 다른 노조 내 조직인 노동과희망 등이 “파국을 막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라”며 내부 갈등이 극에 치달았다. 조합원 등 2만여명의 가족과 협력사 직원들의 생존권이 걸린 상황에서 노조가 아무런 대책 없이 일반 노조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일반직 직원들은 해외매각 찬성 성명까지 발표했다. 이 회장이 노조의 대표성에 의구심을 보이며 조합원 전원 대상 찬반투표를 제안한 것도 노노갈등을 키웠다.

여기에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국민 호소문에 이어 청와대까지 나서 금호타이어 문제를 정치적 논리로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자 노조의 강경노선은 급격히 무너졌다. ‘설마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해외매각을 하겠느냐’ ‘문재인 정부가 친노조 성향이라 결국 노조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대통령의 뜻”이라며 시장 원칙대로 처리할 것임을 분명히 하자 노조가 퇴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5년간의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에도 실적이 악화되면서 한 차례 매각이 불발되고 6개월여간 자율협약 등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원 아래로 쪼그라들었고 1,5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노희영·구경우기자 nevermind@sedaily.com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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