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공장 고로. 아파트 30층 높이의 거대 ‘가마솥’ 고로 주변으로 가자 뜨거운 열기 느껴졌다. 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양질의 쇳물을 만드는 고로 내부 온도는 항상 1,500도에 맞춰져야 한다.
내부 온도가 1,400도로만 떨어져도 “고로가 식었다”며 내부에 비상이 걸릴 만큼 온도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유일하게 고로 내부를 엿볼 수 있는 곳은 1,200도의 열풍을 들여보내는 통로인 풍구. 이전까지는 풍구 주변으로 사람이 하루에도 수차례 직접 육안으로 연소 상태를 확인했다. 여름이면 잠시만 근처에 머물러도 땀 범벅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고로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사무실에 앉아만 있어도 풍구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풍구 주변에 자리한 카메라가 1초 단위로 찍은 사진을 사무실로 전송하기 때문이다. 화면을 뚫어지게 보고 있을 필요도 없다. 인공지능이 사진 속 나타나는 풍구 색 등을 보고 연소 등급을 매긴다. 뽀얗던 풍구 주변이 벌겋게 변하기 시작하면 연소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 곧바로 추가 연료 투입 통해 고로 온도 높인다. 현장을 관리하는 손기완 포항제철소 제선부 팀장은 “인공지능이 개와 고양이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시각 이미지 분별 능력이 높아져 가능해진 일”이라며 “연소 정도를 사람의 감에 의지해 판단할 때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곳에 ‘스마트 고로’라는 이름을 붙이고 2016년 세계 최초로 고로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테넛(IoT) 기술을 적용했다. 내부 공정 스마트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센서와 인공지능이 살피는 곳은 고로 내부만이 아니다. 센서는 고로가 뿜어낸 쇳물 온도를 확인하고, 인공지능은 이를 바탕으로 몇 시간 후의 고로 온도를 역으로 계산한다. 고로 온도가 조금이라도 떨어질 것 같으면 연료를 추가 투입해 사전에 온도 관리에 나선다.
성과는 고무적이다. 스마트 시스템 도입 이후 쇳물의 온도 편차가 이전보다 25% 정도 줄었다. 고로 내 온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하루에 2고로가 뿜어내는 쇳물량도 지난해 전년보다 하루 기준 240톤 늘어난 5,580톤을 기록했다. 그 결과 연간 600억 원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후판 공장을 비롯해 다른 공장에도 관련 기술을 이식할 예정이다. 제철소 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스마트 팩토리 모델을 판매하는 게 최종 목표다. 공정에 적용한 스마트 기술을 표준화해 다른 제조업 공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상품화한다는 것. 회사는 이미 지난해 동화기업 등 공정이 비슷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스마트 팩토리 사업 수주를 따냈다. 포스코 관계자 “포스코의 스마트화는 철강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포항=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