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뚝섬과 서울숲

0215A39 서울숲



청계천 물길이 중랑천과 만나는 지점에 제법 큰 돌다리가 떡하니 앉아 있다. 무심코 보면 중랑천을 가로지르는 여러 다리 가운데 하나로 여길 수도 있지만 보물 제1738호로 지정된 유적이다. 조선 세종대왕의 지시로 착공해 성종 때 완공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이기도 하다. 화살이 꽂혔다고 해서 살곶이다리로 부른다.


이 화살의 주인공은 태조 이성계다. 유래는 이렇다. ‘왕자의 난’으로 왕위를 찬탈한 아들 이방원을 못마땅히 여기던 이성계가 무학대사의 간청으로 함흥에서 한양으로 돌아올 때다. 태종 이방원이 지금의 뚝섬에서 부왕을 맞기 위해 높은 기둥을 세워 큰 천막을 쳤는데 태조가 멀리서 쏜 화살이 기둥에 꽂혔던 것이다. 조선왕실의 부자갈등 흔적이 남아 있는 뚝섬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살곶이벌이다. 뚝섬의 왕실 인연은 이뿐이 아니다. 뚝섬의 ‘뚝’은 임금의 행차를 알리는 깃발을 뜻하는 한자 ‘독(纛)’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독은 둑으로 읽기도 하는데 경음화 현상으로 지금의 ‘뚝’이 됐다고 한다. 조선 시대 때는 왕실의 사냥터로 사용했고 군마를 키우는 목장으로 활용했다는 옛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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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은 광나루와 더불어 서울 시민의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했던 곳으로 산업화와 도시화 진전을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1970년대 개발 시대에는 서울 강북의 산업기지로 변모했다 지금은 서울숲과 한강을 내려다보는 1급 주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2005년 문을 연 서울숲은 뉴욕 센트럴파크와 런던 하이드파크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숲을 주제로 한 서울의 간판 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말에는 2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서울숲이 다시 한 번 변신을 시도한다. 그동안 공원의 경관을 해쳤던 레미콘 부지에 대한 활용방안이 지난주 확정됐다. 현대자동차가 110층짜리 신사옥을 지으려던 그 땅이다. 수변 공간과 어울리는 다양한 생태공원이 들어서고 포스코의 기부로 체험형 과학전시관도 들어선다고 한다. 원래 서울숲 조성계획 때부터 포함된 부지였지만 땅값 문제로 방치돼왔는데 이제서야 서울숲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 셈이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 여간 반갑지 않다.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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