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악플)과 가짜뉴스, 불법 유해 콘텐츠가 난무하는 온라인 공간.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인터넷 기업이 감시 수준을 높여도 문제 해결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좋은 댓글과 콘텐츠를 올리고 악플과 유해 콘텐츠를 신고하는 사용자에게 온라인에서 사용하거나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는 가상화폐(코인)을 지급한다면 어떨까.
중국에서 홀로 산전수전을 겪으며 직접 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한 정현우(32·사진) 타타유에프오(UFO) 대표는 이처럼 ‘탈중앙화’와 ‘보상’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기술에서 SNS 등 온라인 여론공간의 미래를 찾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달 30일 강남 소프트뱅크벤처스 본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내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자체 ‘블록체인 보상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 같은 신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베이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가 2013년 설립한 타타UFO는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SNS 서비스다. 고화질 동영상과 이미지를 올려 뉴스피드(대문 화면)에 공유하면서 다른 사용자와 실시간으로 대화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타타UFO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1,100만명의 20~30대 가입자를 확보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타타UFO의 창업자이자 회사 내 유일한 한국인인 정 대표는 52명의 현지 직원과 중국 베이징에서 일하고 있다.
정 대표는 규제로 풀지 못한 온라인 여론공간 정화를 보상 체계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타타UFO 사용자가 악플이나 가짜뉴스, 유해 콘텐츠를 발견해 플랫폼에 알리고 차단에 이바지한다면 소액의 가상화폐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플랫폼 사업자가 아무리 직원을 고용해 온라인 공간 감시에 나선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면서 “결국 많은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정화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타타UFO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많이 올리거나 다른 사람의 게시물에 활발하게 반응하는 사용자에게도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존 SNS에서 수천 만명의 팔로워를 확보하고도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인플루언서(온라인 공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에게도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는 “그동안 SNS에 양질의 콘텐츠가 올라와도 결국 플랫폼 사업자만 이득을 보는 구조였다면 블록체인 기반 보상 체계 도입 이후에는 인플루언서에게도 혜택을 제공해 확실한 동기부여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타UFO는 지금까지 일본 소프트뱅크의 한국 내 벤처투자사(VC)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국내외 대형 기관투자가로부터 약 140억원을 투자받았다. 적지 않은 규모지만 정 대표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매주 중국과 홍콩·싱가포르 등을 누비며 추가 투자자를 찾고 있다. 내년까지는 중국 내에서 타타UFO의 일간 실 사용자(DAU)를 3,000만명까지 확보한 뒤 한국 등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IT 기업가는 네이버의 ‘라인’을 일본의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키운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 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다. 신 대표가 정 대표의 남다른 창업 이야기를 여러 기관투자가로부터 전해 듣고 타타UFO의 베이징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신 대표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라인을 일본으로 가져가 ‘대박’을 터뜨렸듯이 타타UFO가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본 셈이다. 정 대표는 “중국에서 ‘제2의 라인’으로 성장하는 것도 좋겠지만 타타UFO만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장점으로 살려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