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맞수 타이거 우즈(43)와 필 미컬슨(48·이상 미국)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개막을 이틀 앞두고 나란히 코스를 돌았다. 두 선수가 연습 라운드를 함께한 것은 지난 1988년 닛산 오픈 이후 20년 만이다.
우즈와 미컬슨은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팀을 이뤄 프레드 커플스(미국)-토마스 피터르스(벨기에)와 친선 경기 형태로 플레이를 했다.
우즈와 미컬슨은 세기의 라이벌이었다. 우즈는 메이저대회 14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79승을 거두며 골프를 지배했다. 미컬슨은 우즈 등장 이후 만년 2인자에 가까웠다. 우즈가 683주간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 동안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했고 우즈가 11차례나 차지한 올해의 선수상도 받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미컬슨만큼 강력한 경쟁자도 없었다. 미컬슨은 우즈의 독주 속에도 메이저 5승 등 통산 43승을 거뒀다. 43승 중 메이저 5승을 포함한 34승을 ‘우즈 시대’에 수확했다.
냉랭할 수밖에 없었던 ‘두 태양’의 관계는 허리 부상으로 투어를 떠나 있던 우즈가 2016년 라이더컵 미국팀 부단장으로 합류하면서 해빙이 시작됐다. 후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동안 우즈와 미컬슨은 각각 부상과 부진으로 마음고생도 했다. 이날 연습 라운드 뒤 미컬슨은 “우즈가 내 경기력을 끌어 올렸다”면서 “우즈가 다시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우즈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우정이 강해졌고 둘 다 경력의 후반에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미컬슨의 특별한 점”이라고 추켜세웠다.
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나란히 부활해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해 네 번째 허리 수술 뒤 걷기조차 힘들었던 우즈는 재기에 성공했고 미컬슨은 지난달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4년8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마스터스에서 우즈는 4승, 미컬슨은 3승을 거뒀다. 이날 연습 라운드에서도 우즈는 이글 2개, 미컬슨은 5연속 버디로 갤러리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동반한 커플스는 “우즈와 미컬슨이 연습 라운드가 아닌 일요일(최종라운드)에도 동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즈는 5일 오후11시42분 마크 리슈먼(호주),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와 함께 1라운드를 시작한다. 미컬슨은 리키 파울러, 맷 쿠처(이상 미국)와 한 조로 묶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