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하는 거대 시장 인도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 현지법인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미래에셋 펀드는 현지인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인구 13억명의 거대 시장 인도가 맹렬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대에 이를 만큼 견고한 고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는 성장이 둔화된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황금시장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과거 인도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한 데다 관료주의와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사회 인프라가 열악해 성장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나라다. 하지만 2014년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적극적으로 사회·경제 개혁 정책을 펼치고 기업환경 개선에 나서면서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 경제가 2020년 이후 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과거 중국이 그랬듯이, 거대 시장 인도의 급성장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잠자는 코끼리’ 인도가 처음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무렵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의 일원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부터다. 그러면서 선진국 자본을 중심으로 인도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경제가 성장하면 덩달아 투자 기회도 많아진다. 당시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등 쟁쟁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잇달아 인도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글로벌 금융시장 개척에 나섰던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지난 2006년 인도 시장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인도 금융시장은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에게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현지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공고한 기득권이 형성된 인도 금융시장은 뚫기 어려운 장벽이었다. 결국 수익 창출에 실패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2010년 이후 줄줄이 인도 시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외국계 운용사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주목할 대목은 글로벌 운용사들이 모두 포기하고 떠난 인도 시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외국계 운용사가 바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인도 토종 운용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도 시장에서 100% 외국자본으로 이뤄진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하다.
더욱이 최근 수년간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 현지 법인의 펀드 수탁고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미래에셋이라는 외국계 운용사의 브랜드를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월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이 운용 중인 수탁고(순자산·AUM)는 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최근 2년간 수탁고 증가율은 현지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외국계 운용사의 무덤이나 마찬가지였던 인도 시장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을까.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비결이 있었다는 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분석이다.
첫 번째는 고객 우선 원칙이다. 무엇보다 투자자의 이익 훼손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일례로 기존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신규 투자금 유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불규칙한 펀드 매수에 따른 변동성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취지였다. 또한 하나의 투자 카테고리에는 하나의 펀드만 설정한다는 원칙도 준수했다.
두 번째로는 우수한 수익률을 꼽을 수 있다. 펀드 운용사가 고객의 신뢰를 얻고 투자금을 유치하려면 결국 수익률로 보답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 인도에서 8개의 펀드(주식형 4개, 채권형 3개, 혼합형 1개)를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펀드 설정 기간이 7년이 지난 미래에셋인 디아펀드와 미래에셋이머징블루칩펀드는 둘 다 누적 수익률이 400%에 육박하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는 인도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이머징블루칩펀드를 ‘2017년 베스트 펀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철저한 현지화와 도전정신으로 성공
마지막으로는 철저한 현지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의 전체 임직원 수는 딱 100명이다. 그런데 홍준영 법인장을 제외한 나머지 임직원 모두가 인도인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근속 연수가 5년 이상 되는 임직원이 45%에 달하며, 근속 연수가 10년 이상 되는 경우도 23%나 된다. 전체 임직원의 68%가 5년 이상 근속자인 셈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은 인도 현지인들에게도 꽤 매력적인 직장으로 평가된다고 볼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도 진출 초기부터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다른 외국계 운용사들과 마찬가지로 고전했던 게 사실이다. 펀드 수탁고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이후라고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유한 리서치 노하우를 인도 시장에 접목하고 현지에서 고용한 펀드매니저들과 트레이더들을 통해 꾸준한 성과로 실력을 증명하는 데까지 꼬박 8년여 시간이 걸린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 세계 12개국에서 약 113조원(2017년 6월 기준)의 자산을 운용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략해나가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것도 한국의 금융영토 확장을 위한 지속적인 도전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은 현재 주식형 펀드 위주로 구성된 상품 라인업을 점차 확대해 대체투자, 프라이빗에쿼티(PE), 벤처투자 등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투자 수단을 통해 시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홍준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장은 “인도는 워낙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인 만큼 앞으로 인도에서 노릴 수 있는 투자 기회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인도 자산운용업계에서 톱10 운용사 도약을 목표로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