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약속을 이행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고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7일 “해마다 가장 많은 국민이 5월의 가장 중요한 날로 어버이날을 꼽지만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에게 어버이날은 죄송한 날”이라며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미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는 차원에서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주장에는 문 대통령의 의도대로 부모를 찾아뵙고 ‘효도’할 기회도 주고 내수 진작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내부에서는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하려면 입법예고를 통해 국민 의사를 수렴하고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당장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날짜는 얼마 안 남았는데 우리는 생각지도 못하다가 (공휴일 문제가) 이슈가 돼서 당황스럽다”며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중소·자영업자 등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휴일이 너무 많아 운영이 어렵다’는 내용의 청원을 비롯해 ‘돈 나갈 날이 많은데 휴일이 더 있을 필요 없다’ 등의 다수 의견이 올라와있다.
청와대는 결론을 내기 위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를 마치고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이 문제와 관련해 논의했다고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올해 어버이날은 임시공휴일로 정하고 정식 공휴일로 지정할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찬반양론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론을 내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검토하는 과정”이라면서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