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22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 교육도 원전처럼 공론화로 떠넘겨…재탕에 책임회피 급급한 정부

2004학년 '수능 원점수제' 추가

'절대평가' 정해 놓고 공론화 부쳐

"무책임한 탁생행정 결과" 비판

외국처럼 논·서술형 수능 도입

중·장기적 계획 마련 밝혔지만

정권마다 제도 바뀌어 지속력 의문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 수시·정시 전형일정 통합 등의 내용을 담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 수시·정시 전형일정 통합 등의 내용을 담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로 넘긴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은 사실상 지난해 발표하려다 연기했던 내용과 다를 게 없는 ‘재탕’ 수준이라는 평가다.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정부가 국민의 뜻을 따른다는 명분 아래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개편 시안은 지난해 8월 발표하려다 1년 유예했던 개편안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교육부는 이번 시안에서 △수능 평가방법(절대평가 도입) △선발 방법(학종 비율) △선발 시기(수시·정시 시기 통합) 등 3개 핵심사항에 대해 국가교육회의가 반드시 답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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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평가방법과 관련해 교육부는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9등급을 설정하는 절대평가 방식을 ‘1안’으로 언급했다. 현행처럼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를 유지하는 ‘2안’과 2004학년도까지 사용됐던 ‘원점수제’ 방식의 ‘3안’을 제안했다. 사실상 ‘1안’에 비중이 실려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교육부의 시안에 비해 ‘원점수제’가 추가된 수준이다. 새로운 내용 없이 과거 제도를 끌어다놓았다는 점에서 졸속 시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발 시기와 관련해서는 수시·정시 통합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입 단순화를 위한 조치로 통합이 결정되면 수능을 2주 앞당겨 일정 혼선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사실상 완화방안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 “적정 비율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핵심사안별로 실제 적용사례를 결합한 구체적인 모델까지 제시했다. 논란별로 모든 사안을 나열하면서도 교육부의 ‘의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시안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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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안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도입’ 강행 의지를 오히려 더 강하게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 부총리가 ‘절대평가’에 힘이 실린 시안을 만들고 역시 문 대통령이 임명한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이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얘기다. 국가교육회의가 책임을 지는 만큼 절대평가 도입되면 좋고 혹시 거센 반발로 실패해도 지지층으로부터 공약을 폐기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김 부총리는 시종일관 “절대평가가 기본적인 입장이라는 것은 오해”라고 부인했다. 서울경제 자문위원(펠로)인 백순근 서울대 교수는 “국가교육회의가 대입과 관련해 어떤 아이디어나 방향을 제시한 적이 없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정책 시행 이후 이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세밀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 결정 권한을 가진 주무부처가 책임을 회피하면서 이에 따른 혼란은 고스란히 현장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지게 됐다. 2022학년도 수능을 치를 현재 중3 학생들은 최종 개편안이 나올 오는 8월까지 이번 시안을 따라갈 수도, 마냥 무시하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원자력발전 공론화 과정 때와 마찬가지로 전문성이 필요한 사안을 ‘다수결 사안’으로 몰아가는 형국이라 무책임한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주무부처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며 “자칫 논의만 무성한 채 교육현장의 갈등과 혼란만 재연될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반면 논란이 비교적 적은 수능 과목 구조 변경,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 완화, 대학별 고사 폐지, EBS 연계율 조정 등은 ‘필요할 경우’에만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국가교육회의와 함께 논의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학종의 경우 공정성 제고를 위해 국가교육회의의 검토를 요청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정책숙려제’를 통해 공론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중장기적 입시 개편을 위한 큰 그림은 미리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국처럼 논술·서술형 수능을 도입하고 고교학점제 기반의 성취평가제, 학생부전형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패러다임이 손바닥 뒤집듯 하는 현실에서 다음 수능 개편 적용 대상인 2025학년도까지 이 같은 ‘큰 그림’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진동영·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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