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대입개편을 공론화에 맡긴 교육부의 무능

교육당국이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내놓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시안이라기보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로 정책 결정권을 떠넘기겠다는 요청안이다. 교육부는 11일 수능 평가 방법과 정시·수시 통합 여부, 정시와 수시 전형의 적정 비율 등 세 가지 핵심 사안을 국가교육회의 주도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절대평가 전환 방침이 여론의 반발로 유보된 데 따른 것으로 당시 교육부는 8월까지 2022학년도 대입제도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입시제도 하나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교육당국의 무능과 무소신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를 거쳐 대입개편안을 제안하면 교육부가 최종안을 확정한다지만 사실상 국가교육회의가 핵심키를 쥐고 있다. 교육부가 폭넓은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열린 안’이라고 설명한 것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룬다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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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중차대한 결정을 할 국가교육회의 위원의 면면을 보면 입시개편을 공론화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온당한지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21명으로 구성된 위원에는 학계·교육계 위촉직 11명 외에도 관련부처 장관이라는 이유로 4명이나 당연직으로 포함돼 있다. 본업을 챙기기도 벅찬 다른 부처 장관들이 복잡하기 그지없는 입시제도 개편에 참여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어색한 일이다.

입시개편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하지만 여론 수렴과 공론화 결정방식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입시제도만큼 민감하고 중요한 정책도 없다. 이런 사인일수록 교육부가 전문성과 원칙을 토대로 책임 지고 추진하는 것이 정도다. 그런데도 국가교육회의에 책임을 떠넘기고 공론화 뒤로 숨었으니 교육부는 도대체 왜 존재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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