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사람-이상엽 KAIST 특훈교수]"플라스틱 대란 막고 미세먼지 줄이고...공학자는 지구문제 해결사"

환경오염 주범 석유화학공정

미생물 통한 친환경화 몰두

연구진 고생 만만치 않지만

세계적 기술 나오면 큰 보람

스트레스 쌓이면 음악 감상

중학생땐 용돈 타면 LP 구입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브람스 교향곡에 빠져 살기도

인체가상세포 활용한 신약개발

아주 흥미로운 결과 나오는중

대사공학·생명공학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만들고싶어




연구의 질적 우수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는 논문이 얼마나 인용되느냐다. 이상엽(54·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훈교수(KAIST 연구원장)는 구글 스칼라에서 ‘대사공학’ ‘산업바이오텍’을 검색하면 피인용 세계 1위로 나온다. 그가 24년 전 창시한 시스템대사공학은 미생물을 활용해 화학물질·의약품·산업소재 등을 생산하는 핵심기술로 지난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 10대 떠오르는 기술’에 선정됐다. 산업바이오 분야에서도 주목받는 그는 미국공학한림원과 미국국립학술원 2개 기관 회원으로 선임된 국내 유일의 학자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최근 대전 KAIST 본원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석유화학 공정을 지속 가능한 친환경 화학공정으로 바꾸는 데 기여하는 생물화학공학·대사공학 연구는 의미가 참 크다”며 “공학자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고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폐플라스틱 대란이나 지구온난화,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는 지구인의 입장에서 그의 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만의 해결 방법도 내놓았다.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꾸준히 연구에 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화학 시장 규모는 연 3,500조원 정도로 대부분 원유·천연가스 등 화석원료를 석유화학공정을 통해 만든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친환경 화학 산업으로의 재편이 절실하다. 원유와 천연가스가 50여년, 석탄이 150여년 뒤 고갈되는 것도 문제다. 그는 “‘바이오 화학기술로 기존 화학물질을 경제성 있게 대체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져왔다”며 “결국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바이오기술로 다양한 화학물질과 소재를 만드는 핵심기술을 다수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사공학기술로 미생물 대사회로를 바꿔 효율적으로 화학물질과 소재를 생산하는 과정이 복잡해 돈과 시간이 많이 들고 쉽지 않은데 시스템대사공학으로 뛰어난 성능을 가진 미생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연구가 어려워 그가 받는 스트레스나 연구원·학생들의 고생도 만만찮다.

“학생들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고생하며 미생물을 조작해 플라스틱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그런데 논문을 내기 전에 냉동고에 얼려둔 균을 꺼내 플라스틱 농도를 측정했더니 아무것도 없어 난리가 났지요. 알고 보니 균을 해동하는 과정에서 균의 플라스틱 분해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더라고요.” 그렇지만 이게 전화위복이 돼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게 된다. 그는 “‘어 이게 뭐지’ 하고 파다 보니 분해돼 배출됐던 단량체(광학적으로 순수한 정밀화학물질)로 세계 최고 효율의 플라스틱도 만들고 균으로 의약품 원료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런 식으로 실패한 뒤 집중력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낸 경우가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강철보다 강한 거미실크단백질을 대장균으로 생산하는 그의 연구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끈다. 거미실크단백질은 아미노산 몇 개가 계속 반복된 300kDa이나 되는 매우 큰 단백질이다. 거미가 만드는 거미실크단백질의 경우 작은 크기는 기존에 여러 연구진이 생산했지만 강도가 높지 않았다. 그는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으면 대장균이 잘 자라지도 않고 단백질을 만들지도 않는다”며 “대장균 대사회로를 바꿔 반복된 아미노산을 잘 만들 수 있도록 해 매우 크고 강철보다 강한 거미실크단백질을 처음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팀은 세계 최초 폴리유산과 의료용 비천연고분자 등을 생산하는 균주와 세계 최고 효율의 숙신산 생산 균주 등도 개발했다.


이처럼 연구에 대한 중압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도 물었다. 그는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는 음악을 많이 들었고 미국에서 공부할 때는 하루 종일 실험하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운동으로 풀었다”면서 “지금은 그때 만들어둔 근육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어 이제는 거의 없어져버렸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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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는 중학생 때부터 용돈이 조금만 모이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LP판을 사서 들었다. 미국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클래식을 틀어놓고 실험하기를 즐겼다. 헝가리 출신 유명 지휘자인 게오르크 숄티가 지휘하는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싶어 반납된 표를 싸게 사서 듣고는 했다고 한다. 브람스의 교향곡 1번에 푹 빠졌던 시절이었다. 학교 체육관 시설도 좋아 틈틈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더니 근육도 엄청나게 불어났다. 그는 “KAIST 교수로 온 뒤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은 안 하지만 음악은 여전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30여년간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고 발효 후 환경에도 피해를 주지 않는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미생물을 활용해 다양한 화학물질을 만드는 연구개발(R&D)을 해왔다. 세계 최초로 바이오 기반으로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원료, 다양한 생분해성 생체적합성 고분자, 범용 석유화학물질, 정밀화학물질, 천연물질 등을 생산했거나 세계 최고 효율로 생산하는 기술을 대거 개발했다. ‘회사에 무슨 기술을 이전했는지 언급하지 않는다’는 계약이 있어 공개하기는 힘들지만 이미 많은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상용화된 게 많다. 그는 “기업에서 R&D비를 지원받아 세계적 기술을 개발해 넘겨준 뒤 시장에 나오면 보람이 크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교수의 꿈은 뭘까. “정부가 생명공학을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데 생명공학 강국이 되는 날을 그려봅니다. 대사공학과 생명공학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어요. 시스템대사공학 연구 원천기술을 헬스케어에 적용해 시스템 수준에서 약물 상호작용도 알아보고 인체가상세포를 활용한 신약개발 연구도 하는데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고 있지요.”

/대전=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64년 서울 △1986년 서울대 화학공학 학사 △1991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석·박사 △1994년 KAIST 교수 △2007년 KAIST 특훈교수 △2008~2013년 KAIST 생명과학기술대학장 △2013~2015년, 2017년~ KAIST 연구원장 △2004년~ 호주퀸즐랜드대·중국상하이교통대·중국우한대·중국과학원 명예교수 △2011~2014년 세계경제포럼 미래기술위원회 의장, 바이오텍위원회 의장 △2016~2018년 세계경제포럼 바이오텍 글로벌퓨처카운슬 의장 겸 4차산업혁명카운슬 위원 △2014~2017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공학한림원·미국미생물학술원·미국과학진흥협회·미국산업미생물학회·미국화학공학회·미국의생명공학회·세계과학아카데미·미국공학한림원·미국국립학술원 펠로 △제1회 젊은과학자상·젊은공학인상·호암공학상·포스코청암과학상·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과학기술포장·홍조근정훈장·엘머게이든상·마빈존슨상·찰스톰상·머크대사공학상·암젠생물화공상 수상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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