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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미래가치'로 주주설득 나선다

■ 모비스·글로비스 18~19일 2차 IR

당장 배당 늘리는 당근보다

M&A 등으로 기업가치 UP

중장기 주주 이익 제고 목표

분할합병 비율 잡음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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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예상과 달리 추가 배당 확대 등 주주 가치 제고가 아닌 미래 가치 강화로 주주 설득에 나서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기대와 달리 당장 당근을 제시하기 보다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적극 알려 주주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합병 비율에 대한 잡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래비전 제시라는 정공법으로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18일과 19일 한국 및 아시아, 유럽과 미주에서 지배구조 개편 관련 2차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한다. 지난달 28일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후 가진 1차 IR에서는 취지와 나아갈 방향 등 물리적 변화 위주로 큰 그림을 소개했다면 2차 IR에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과 합병 이후 달라질 구체적인 모습, 그룹 내에서 각 사의 시너지 등 보다 세부적인 내용이 소개될 예정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이번 2차 IR에서 엘리엇이 요구한 추가 배당 확대 등 직접적인 주주가치 제고 조치를 내놓기보다 지배구조 개편 후 달라질 미래 가치를 알리는 데 집중한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분할합병 후 잉여현금흐름(FCF) 20~40% 수준의 배당정책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일부 주주들의 요구에 굴복해 추가배당으로 잉여현금을 소진하기보다는 이 자금을 활용해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는 것이 주주들에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엘리엇이 요구한 주주 가치 제고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며 “배당을 더 늘리면 당장 주주들이 이득을 볼 수는 있지만, 이 자금을 활용해 인수합병(M&A) 등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다면 주가가 올라 주주들이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분할 후 그룹 핵심 계열사가 돼 적극적인 M&A의 축이 될 것이란 점, 현대글로비스는 부품 유통업 부문을 확대해 현금 흐름이 양호해진다는 점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2년여 가까이 준비해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엘리엇의 존재를 주주명부를 통해 확인했고 추가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 등의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애초 계획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하는 것 역시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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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지주회사가 아닌 지배회사를 통해 사업 재편과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3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소하는 한편 자동차 사업과 뗄 수 없는 현대캐피탈 등 금융사도 동시에 보유할 수 있게 된 점을 적극 알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주식 매매 및 취득으로 내야 할 양도소득세가 1조원 이상인데 “모자라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세금을 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대주주의 사익 편취 목적이 아니란 점도 강조한다.

문제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현대차그룹의 방향성에 동의할지 여부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인 0.61대 1 비율에 대한 잡음도 부담이다. 최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대주주에 유리한 비율”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현대차그룹은 삼일회계법인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 합병 비율을 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들은 합병 비율 등에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위원은 “대주주가 두 회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고 특정 회사의 가치만 높게 평가하면 그에 대한 반작용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국민연금이나 펀드 등은 양사 주식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한쪽이 유리하고 한쪽은 불리한 구조보다 장차의 시너지 효과에 초점을 맞춰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박호현기자 theone@sedaily.com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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