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는 그동안 국내 벤처 생태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젊은 창업가들의 도전이 대한민국 성장의 기폭제가 되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들의 도전과 성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기획한 연재물이 바로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한 기획 시리즈 ‘벤처인 Talk! Talk!(현 강소기업 CEO를 찾아서)’이었다.
포춘은 매달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의 창업자, 혹은 CEO를 찾아 그들의 창업 및 사업 스토리를 듣고 이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왔다. 대다수 CEO들은 창업 1년 이하의 스타트업 창업가였다. 이미 성과를 낸 기업보단 가능성과 잠재력에 초점을 맞춰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생존 혹은 성공한 건 아니다. 몇몇 창업가들은 예상치 못한(또는 예상 가능했던) 내·외부 요인으로 사업을 접었다. 물론 실패가 곧 좌절과 포기로 이어지진 않았다. 몇몇 창업가들은 실패를 쿨하게 인정하고, 이를 자양분 삼아 또 다른 창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번 창간호를 맞아 포춘코리아는 그 동안 기획 시리즈를 통해 발굴했던 인물 중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린 5명의 창업가를 선정했다. 단순한 매출, 성장률, 점유율 등 ‘수치적’인 성장세만을 평가 기준으로 삼지는 않았다. 그들이 인터뷰 당시 말했던 당면 목표를 실제로 이뤄냈는지, 그리고 기술적 혹은 서비스 측면에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진일보를 이뤄냈는지 살펴보았다.
유무형의 다양한 기준으로 포춘코리아 편집부와 주요 업계 관계자들이 선정한 5인의 창업가(가나다 순)는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 ▲백승욱 루닛 대표 ▲송치형 두나무 대표 ▲이채현 데이블 대표다. 지금부터 포춘이 발굴한 대한민국 5인의 벤처인, 그리고 이들이 보여준 성과와 성장세를 살펴보자.
넷플릭스 아성에 도전하는 토종 플랫폼, 개인화 큐레이션 서비스 새 지평을 열다
마블의 히어로 무비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의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예고편만으로도 1억 뷰(유튜브 기준)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이 영화에 관한 관객들의 관심이 매우 뜨거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개봉 전 필수적으로 봐야 할 영화들이 몇 편 있다. 하지만 히어로 무비가 낯선 독자들은 ‘무엇을 봐야 할 지’에 대한 막막함이 큰 게 사실이다.
포춘코리아가 지난해 3월 소개한 프로그램스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서비스 ‘왓챠(Watcha)’로 주목을 받았다. 사실 프로그램스는 인터뷰가 진행된 시점 이전부터 상당한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던 스타트업이었다. 단순한 영화 추천을 넘어 직접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왓챠플레이’를 선보이며 기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업계를 위협하고 있었다.
지난 1년 사이 프로그램스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우선 개인화 추천 서비스 ‘왓챠’가 영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터뷰 당시 언급했던 ‘도서 분야’ 추천 서비스를 예정대로 오픈했다. 그간 영화로 쌓아올린 추천 엔진의 정교함을 기반으로 단숨에 온라인 서점을 위협하는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왓챠’는 도서 기능 출시 하루 만에 35만 건의 평가 데이터를 축적됐다. 현재 400만 건 이상의 데이터가 누적됐고, 일부 인기서적의 경우, 주요 온라인 도서 판매 사이트보다 더 많은 추천 수를 기록하고 있다. 박태훈 대표는 “공연, 애니메이션, 음악 등 대중들의 추전 니즈와 관심도가 뚜렷한 콘텐츠 카테고리를 발굴해 꾸준히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왓챠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출시 1년 만에 넷플릭스를 포함한 주요 대형 OTT 플랫폼 사업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 스타트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시장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다른 업종 스타트업에게 시사 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왓챠플레이는 약 3만 편의 동영상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왓챠라면 믿고 배급할 수 있다’는 콘텐츠 배급사들의 평가 또한 여전히 굳건하다. 소니, 디즈니 등 유명 할리우드 배급사들이 왓챠와 손잡고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프로그램스는 늘어나는 사용자들을 위한 획기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차별화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로그램스는 왓챠플레이에서 외국 영화, 드라마로 영어 공부를 하려는 국내 사용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한글-영어 자막 동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같은 서비스를 시도한 플랫폼은 왓챠플레이가 최초다.
박태훈 대표는 “월별 손익분기점(BEP)를 넘어선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왓챠의 핵심기술인 추천 기술 고도화를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왓챠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