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KB증권이 고객 관리를 위한 프로세스 혁신에 나서고 있다. 면대면 리테일 방식에 익숙했던 증권가의 영업방식에 대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달 12일 새로운 고객관리 시스템인 SFA(Sales Force Automation) 도입 후 한 달여의 가동을 거쳐 최근 윤경은(사진) 사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이 시스템은 아날로그 방식의 고객관리를 전면 디지털화한 것으로 그동안 수개월간 KB증권 고객의 정보를 집대성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꾸려졌다.
KB증권의 직원들은 이를 통해 고객관리가 한층 용이해졌다. 이 시스템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직원들은 고객의 투자성향이나 포트폴리오 구성 같은 기본 정보는 물론 특정 상품의 목표 수익률 구간 달성 여부나 만기일 같은 것도 바로 확인 가능하다. 가령 A 고객이 가입한 주가연계증권(ELS)의 평가일이 도래하고 상환된다면 바로 다른 투자 상품으로 가입을 유도할 수 있게 관련 상품 정보가 화면에 뜬다. 고객에게는 별도로 연락처 등을 확인할 필요 없이 클릭 한번만으로도 전화 연결이 이뤄지는 등 부가 기능까지 탑재했다.
아직까지 직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기존에 하던 대로 고객들을 관리하는 것이 익숙한 탓이다. 노조에서도 이를 강요하지 말라는 분위기다.
KB증권은 이를 밀어붙일 계획은 아니지만 자산관리(WM)가 강조되고 있는 증권시장에 이 같은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프로세스 혁신(PI)의 일환으로 보고 전 직원들이 익숙해지기 위해 시간을 줄 예정이다. 자발적인 참여와 활용을 위해 핵심성과지표(KPI) 평가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브로커리지와 성과 부문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고객 관리와 수익률 등 중간 과정도 평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WM 부문은 연금·펀드·ELS 등 금융상품 판매 실적도 배점을 높였다. KB증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시도하기보다는 기존 관행대로 하고 싶어 한다”면서도 “직원들을 설득하고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며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고객 정보를 집대성한 1단계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까지 마케팅 시스템 등을 접목하는 2단계 전산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윤 사장도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