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포스코는 권 회장의 사의를 받아들여 신임 사장 선임절차를 시작했다. 포스코는 권 회장이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100년 기업 포스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인재가 CEO를 맡는 게 좋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이사회를 마치고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 있고 젊고 박력 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사회가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새로운 백 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중요한 게 CEO의 변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포스코는 이사들이 사의 철회를 거듭 요청했지만, 권 회장이 뜻을 굽히지 않아 후임 CEO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고 강조했다.
이사회 의장인 김주현 사외이사는 “권 회장이 오랫동안 생각하고 결정한 사의를 이사회에서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승계 카운슬(council)에서 후임 승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에 승계 카운슬을 소집해 앞으로 자세한 일정과 절차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이 생각하는 포스코에 대한 기대가 있고, 글로벌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많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후보 선임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CEO 승계 카운슬’을 내주 초 개최해 선임절차와 방법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업무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권 회장은 차기 회장 선임 때까지 회장직을 수행한다. 포스코는 사임 사유에 대해 ”권 회장이 지난 4년간의 구조조정 등 강행군으로 피로가 누적돼 최근 건강검진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다. 최근 창립 50주년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다음 50년을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주변에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권 회장의 사퇴 의사 표명에 정치권의 압력설이나 검찰 내사설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포스코의 이런 공식 설명에도 재계에서는 정권의 사퇴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동안 포스코 전임 회장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났고 정권 외압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 취임한 권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행사에서 계속 배제됐고 그럴 때마다 CEO 교체설이 흘러나왔다.
포스코가 권 회장의 지휘 아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단행했고, 작년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사임할 다른 이유가 없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권 회장이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임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권 회장은 ‘최순실 사태’ 연루 의혹으로 이미 수사를 받았으며 최근 시민단체의 고발과 언론의 자원개발 비리 의혹 제기 등으로 추가 수사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