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10명 중 9명이 성범죄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방송계갑질119와 방송스태프노조준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18일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2일까지 관련 온라인 설문을 벌였고, 총 223명 근로자가 응답했다. 223명 중 여성이 209명, 남성이 14명이었다. 응답자 중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등 피해 경험을 진술한 비율은 89.7%(200명,복수응답)에 달했다. 또 피해를 봤다고 한 응답자 80.4%는 피해를 본 후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한 채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설문 응답자 88.3%는 방송사가 성폭력 사건 발생을 인지하더라도 적절한 처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원회는 “주목할 것은 ‘피해 경험에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한 이유’와 ‘방송사가 적절한 처리를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공통으로 불안정한 고용형태에서 기인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방송제작현장에서의 성폭력 발생 원인에 대해 응답자 78.5%는 ‘성폭력 행위자와의 권력관계’를 지목했다. 아울러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 고용상의 불안’을 꼽은 응답자는 66.4%에 달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 역시 근로자가 ‘을’(乙)일 수밖에 없는 방송사 임직원이나 제작사의 임직원, 연예인 등 방송 출연자가 95% 이상을 차지했다.
위원회는 방송 제작 현장에서의 성범죄가 만연해 있지만 이를 신고하고 해결할 창구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 73.5%는 ‘일터에 성범죄 전담 창구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창구가 있더라도 ‘나는 신고하고 처리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답한 사람도 15.2%에 이르렀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