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성급한 기대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비핵화의 과정을 놓고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 우리는 ‘일괄 타결, 단계 이행’이라는 프로세스를 제시했지만 미국은 ‘선 폐기 후 보상’을,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핵 폐기 검증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북한 핵에 대해 1년 내 완전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핵 포기 선언 후 폐기까지 2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 리비아나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다. 시간을 두고 대가를 바라는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비핵화 말고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같은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북미수교 같은 조치가 취해진 후에도 그대로 유효한지, 남북이 현재의 군사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평화체제로 전환을 추진할지 등은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디테일의 악마를 우리가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에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북 정상회담은 이러한 난관들을 뚫어야 비로소 성공의 길로 나갈 수 있다. 남북 정상만 합의한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공염불로 돌아갈 수 있다. 단 하나의 불확실성도 생기지 않게 촘촘히 준비하고 남북 정상회담 또는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혹시라도 등장할지 모를 난관에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시없는 기회를 이번에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