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 24시] 비핵화 다자 프레임을 새롭게 짜자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남북중·남북미중으로 틀 넓히고

경협 등 안보 대화 다양화 통해

비핵화 유도 '안전장치' 늘려야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얼마 남지 않은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높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이끌기 위해서라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진전된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고민일 것이다. 북한이 지난 20일 열린 노동당 전체회의에서 핵·미사일 실험을 중지하고 핵 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비핵화 로드맵’이 현실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두더라도 미국을 설득해 북한의 비핵화를 완전하게 이뤄낼 수 있는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북미 간의 포괄적인 비핵화 타협이 이뤄지더라도 핵 폐기 과정에서 많은 장애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것은 중론이다. 그만큼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진척됐기 때문에 북한이 특유의 살라미 전술을 구사해 단계적으로 풀려고 하면 그 과정은 험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핵화 문제에 대해 보다 대담하고 파격적인 발상이 필요한 이유다.

북한 핵을 완전히 폐기하는 원칙에 너무 매달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북한의 핵이 가지는 경제적·군사적, 그리고 정치적인 효용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현실적일 수도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유지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없다. 20일 북한이 핵 병진 노선을 수정한 이유도 핵을 가져서는 북한 경제가 발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또한 핵의 군사적인 효용은 미국 전술핵 배치 등 상호 핵 억지 전략에 의해 중화될 수 있다. 문제는 정치적 갈등을 조장하는 핵의 효용성을 없앨 수 있느냐에 있다. 즉 냉전시대가 종결되자 미국과 옛 소련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의 정치적 의미가 퇴색된 것처럼 한반도에서 핵의 정치적인 효용성이 약화된다면 평화는 쉽게 정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한반도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 주변 국가의 보장이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다. 즉 남북이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한다고 해서 한반도의 평화가 확립될 수는 없다. 주변 국가들 모두가 위기의식을 갖고 북한과의 교섭에 임해 한반도 냉전 해체에 대한 합의를 할 때 평화는 비로소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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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6자회담의 성공과 실패는 지금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1994년 북한과 미국은 제네바합의를 통해 북한은 핵 개발을 중단하고 핵 사찰을 받는 대신 미국은 북한에 체제안전 보장과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준다는 조건으로 핵 문제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 그러나 2002년 10월 북한의 새로운 핵 개발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반도에는 다시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미국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 먼저 불가침조약을 맺은 뒤에 핵 문제를 논의하자는 주장을 펴며 맞섰다. 북미 사이의 이러한 대립 구도 속에서 위기의식을 가진 6자회담의 당사국들이 2007년에 2·13합의를 이끌어내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각국의 위기의식이 6자회담의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2007년 이후 북한이 판을 키워 더 많은 보장을 받아내려고 하자 2009년부터 버락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인 인내로 일관했다. 이후 6자회담 당사국들은 이 틈새를 노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했기에 핵 문제 해결은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었다.

6자회담 경험에서 보듯이 평화 정착을 위한 다자교섭은 위기의식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다자간 합의의 동력인 위기의식은 지속되기가 어렵다. 각국의 이해가 다른 상황에서 쉽게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면 각국의 위기의식도 약화되기 때문에 비핵화를 위한 동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비핵화의 기술적이고 세세한 측면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새로운 다자협력의 틀을 하루빨리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형태의 양자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포괄적인 합의를 유지하면서 남북미·남북중·남북미중의 다양한 형태의 다자틀을 묶어내면서 평화체제를 정착시켜나가야 한다. 또 비핵화 틀에만 얽매이지 말고 경제협력과 동북아시아의 신뢰 구축을 위한 안보대화를 구축해 비핵화 다자틀과 연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더라도 다른 다자 프레임이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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