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식량위기의 해결책 '벌레 비즈니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다가오는 식량 위기에서 벌레가 좋은 해결책이 되는 이유를 소개한다. By Vivienne Walt




10년 전, 프랑스의 농업 과학자 안토니 후버트 Antonie Hubert는 학생들에게 지렁이 농장을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지렁이가 가득한 상자에 바나나 껍질을 던져 두고, 쓰레기가 처리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이 에코 농업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수업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후버트의 지렁이들은 훨씬 더 큰 무대로 스멀스멀 기어가고 있다. 연간 5,000억 달러 규모 글로벌 산업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을 향해서 말이다: 바로 동물 사료다. 후버트의 스타트업 인섹트(우리가 잘 아는 “IN-sect”로 발음된다)는 밀웜 유충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밀웜 유충은 고단위 단백질로, 인간과 애완 동물이 섭취하는 가축과 어류의 먹이가 된다. 인섹트의 CEO이자 공동창업자인 후버트는 필자를 프랑스 동쪽에 위치한 돌 Dole 마을 근처 실험 공장으로 안내했다. 그는 “이와 유사한 발명은 노르웨이와 아시아 지역에서 어류 양식을 했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그건 60

인섹트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안토니 후버트가 조립라인에서 막 나온 딱정벌레 밀웜 유충을 손안에 가득 들고 있다.인섹트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안토니 후버트가 조립라인에서 막 나온 딱정벌레 밀웜 유충을 손안에 가득 들고 있다.



년 전의 일이었다”며 “밀웜 유충 생산은 완전히 새로운 ’가치 사슬(value chain)‘”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쾌한 노랑색과 초록색으로 칠해진 컨테이너 박스 다섯 개 높이의 구조물이 최첨단 혁신이 이뤄지는 곳으론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내부 풍경은 놀랍기 그지 없다. 징그러운 지점을 지나면, 강렬한 광경이 나타난다. 구불구불한 수백 만 마리의 밀웜을 담은 플라스틱 쟁반 탑이 전자동 조립라인을 따라 움직인다. 그 위에서 벌레가 사이즈 별로 분류되고, 성충은 가열 처리해 기름으로 추출된다. (외골격을 포함한) 몸체는 바닷가 모래와 비슷한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진다. 베이지 색 물체가 들어있는 통을 든 후버트(35)는 “이것은 엄청난 고단백질”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시험 결과 농장에서 인섹트 사료를 섭취한 연어와 송어는 일반 사료를 먹은 어류들보다 35%나 더 컸다. 그는 “건강 측면에서도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후버트의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지구가 더 건강해질 지도 모른다. 유기농 식단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가축 사료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간이 먹는 소와 닭, 양, 돼지, 그리고 어류가 섭취하는 바로 그 먹이 말이다.

통계치를 보면 상황이 더 우려된다. 지구 농경지의 절반에 달하는 60억 에이커의 땅에서 가축용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그 중 약 45%는 순전히 닭의 사료 재배를 위해 사용된다. 또한,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 중 25%가 농업에서 발생한다. 기후 변화 측면에서 상당한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바다에서 잡히는 어류의 22%가 가루가 돼 어류 사료로 사용되고 있

프랑스 돌 지방 외곽에 위치한 인섹트 공장. 생산 라인에서 밀웜 유충이 자동으로 분류되고 있다.프랑스 돌 지방 외곽에 위치한 인섹트 공장. 생산 라인에서 밀웜 유충이 자동으로 분류되고 있다.


다. 그에 따라 어획량이 감소하며, 어류 사료 가격이 2000년 이후 500%나 폭등했다.

후버트 같은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다가오는 위기를 예측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증가하고 있는 중산층이 더 많은 육류를 섭취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인구는 25년 내에 90억~100억 명으로 증가해 육지 자원을 더욱 고갈시킬 전망이다. 런던을 기반으로 한 NGO ‘미래를 위한 포럼’의 프로틴 챌린지 그룹 Protein Challenge group을 이끄는 사이먼 빌링 Simon Billing은 “우리가 변화하지 않으면, 산림 파괴와 생물 다양성의 손실이라는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단체는 대안 단백질을 찾기 위해 네슬레 같은 대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빌링은 “합리적인 비용과 지구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90억 명을 먹여 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토지가 부족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 가지 대안이 바로 곤충이다. 후버트는 벌레를 먹으라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뉴질랜드에서 생물다양성을 공부한 후,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곤충을 이용해 가축 사료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것이었다.

2012년 후버트는 앙리 장냉 Henri Jeannin을 찾아냈다. 그는 어류 미끼용 곤충을 기르던 앙리를 고용해 인섹트 제품을 생산했다. 그 후 회사가 프랑스 정부 투자펀드 BPI(the Public Investment Bank) 등으로부터 4,3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현재 공장에서 연간 220톤의 밀웜이 생산되는 가운데, 후버트는 10년 후 전 세계에 공장 15개를 설립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연간 10억 톤의 생산량과 5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올해 말 인섹트는 프랑스 북쪽에 모든 설비를 갖춘 첫 공장을 오픈한다. 미국 중서부 지방에 공장을 열기 위해 적합한 부지 선정에도 나섰다. 궁극적으론 미국이 인섹트에서 가장 높은 생산량을 담당할 것이다. 거대한 미국 가축 산업은 여전히 콩과 옥수수 작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산 카를로스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섹트의 이사회 멤버 니컬러스 베르나디 Nicolas Bernadi는 “회사가 하루라도 빨리 미국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 블라주리 카페와 쇼 베이커즈의 CEO이기도 한 그는 “전통적 농업 비즈니스와 비교할 때, 인섹트는 아주 중요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고품질의 생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가축 사료 산업이 의존하고 있는 광대한 콩, 옥수수 농장과 극명히 대조된다.

베르나디는 프랑스 돌 지방의 인섹트 공장에 대해 “이렇게 효율적인 공장을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아이들이 지렁이가 가득한 상자에 바나나 껍질을 던져 넣는 것만큼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번역 한주연 claires.dailyproject90@gmail.com

정재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