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원전 해체산업을 키우기 위해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ANL)와 협력체계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한수원의 원전 해체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우리의 원전 해체기술이 선진국의 7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면 원전 해체는 무리 없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 원전 해체를 위한 비용충당부터 해체기술까지 미국과 독일, 일본 같은 원전 선진국과 차이가 많이 나는 탓이다.
25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 가운데 30년 이상된 원전은 약 67%(301기)다. 이를 고려하면 422~629조원에 달하는 원전 해체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처럼 규모는 크지만 실제로 해체된 원전은 19기에 불과하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독일·일본뿐이다.
이중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미국이다. 원전해체 전문기업 에너지 솔루션즈(Energy Solutions)에 따르면 미국 내 원자로 99기 중 29개가 조기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발전소 운영자에게 의무적으로 해체비용 마련을 위한 해체기금(NDTF) 적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해체할 원전을 소유한 모기업에 충분한 해체비용을 보증하게 하고 있으며 원전 운영 전 금융보증 계획도 내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해체비용 추정 및 사용도 체계적으로 돼 있다. 일반적으로 원전 해체 비용은 사용후핵연료 관리(20~25%), 라이선스 해지(65~75%), 사이트 복구비용(최대 10%)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라이선스 해지와 사이트 복구 비용은 NDTF에서 조달한다. 특히 해체 비용은 발전기의 크기와 형태, 재활용 가능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즉 발전소마다 해체비용이 다르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내년부터 원전 해체가 예상되는 860MW 규모의 크리스탈 리버(Crystal River) 원전은 해체비용이 약 7억달러(약 8,000억원)다. 반면 2020년 해체 예정인 오이스터 크리크(Oyster Creek)는 619MW임에도 비용은 9억달러에 이른다. 1,000MW급인 인디언 포인트 2(Indian Point 2)이나 3는 10억~11억5,000만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는 원전의 위치나 모델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7,515억원을 해체비용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현금으로 적립하는 미국과 달리 장부상 부채로만 잡아놓고 있다. 향후 한수원 경영상황에 따라 해체비용 조달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탈원전 영향으로 한수원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8,618억원에서 올해 125억원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해체비용 적립이나 충당금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당장 돈을 쌓아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해체기술도 정부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등과 달리 우리는 한 번도 원전 해체를 해본 적이 없다”며 “해체 경험이 있는 미국 기업과의 협업이나 지분투자를 통해 이들의 노하우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